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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막힌 세상 이야기

KINO의 이슈-초등학교 한자 병기. 무엇이 논란일까.

by 양철호 2017. 1. 4.

 

교육부에서 발표한 초등학생 교과서 한자 병기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그리고 한자병기에 대한 여러 가지 여론조사 지표들도 소개되고 있다.

그래서 한자 병기에 대한 내가 가지는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나는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다.

자연스럽게 한자를 접하고, 한자를 공부했다.

물론 고전문학 수업도 들었다. 교재의 모든 것이 한자인 교재도 있었다. 심지어 숫자도 한자로 쓰여 있었다.

한자 공부가 재미있었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지금도 물론 아니다.

꽤 많이 외웠던 한자도 지금은 많이 잊어버린 상태다.

하지만 한 가지 좋은 것은 있다. 어휘에 대한 습득 능력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한자 병기에 부정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부정하고 싶지 않다.

사교육의 확대에 대한 부정적인 이유. 그리고 한자를 다시 시험의 과정으로 집어 넣으려는 움직임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결국 무엇 하나 또 배워야 한다는 것이 학생들에게는 힘든 과정일 것이다.

인정한다.

한자에 대해서 긍정적이라고 주장하는 측은 당연히 어휘에 대한 이해 부분이다.

사실 한글에 대한 사랑을 아무리 역설해도 우리의 어휘는 기본적으로 한자 문화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결국은 한자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바탕이 된다면 어휘에 대한 이해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존지핸다.

 

수학에서 함수, 집합, 이차방정식, 인수분해 등을 한자로 풀이 해보면 그 용어 자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쉽게 이해될 수 있다.

아는 지인이 고등학교 영어 교사다.

그 교사를 통해서 듣게 되는 것은 발표 수업 같은 것을 진행할 때 학생들이 사용하는 어휘가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수능이라는 것을 통해서 과거보다 더 늘어야 할 어휘력이 줄어드는 이유는 난 모른다. 교육과정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니까. 하지만 분명 한자는 어휘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한자 과외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내 경험상 한자는 요령도 없고 왕도도 없다.

그저 외우고 많이 쓰고, 용례도 외우는 수밖에 없다.

우리가 한자로 문장을 만들고 한시를 쓰는 것이 아닌 이상 한자는 외우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별히 사교육으로 번질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물론 내 개인적인 의견이다. 한자 교육에 철저하게 방법이 있다고 한다면 누군가에게 그 요령을 듣고 싶다. 그러나 내가 아는 방법은 상당히 단순하며 그것 밖에 모르겠다.

 

문제는 한자를 어휘력을 높이는 도구라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 성과의 척도로 이용하려 하면서 발생하게 될 문제다.

즉 시험에 한자가 다시 등장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한자는 다른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한자 교육을 할 때 가장 먼저 접하는 것이 천자문이다.

그런데 천자문의 한자는 쉬운 한자도 있지만 생각보다 어려운 한자들도 많다.

차라리 많이 사용하는 어휘를 중심으로 한자를 선정해 공부하는 것이 낫다.

그리고 학교나 대학은 이것을 시험으로 연결시켜서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는 것이 좋다. 결국 한자의 습득 양에 따른 어휘에 대한 이해력은 시간이 지날 수록 두드러지게 되어 있다.

 

한글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쉬운 말도 영어를 섞어서 사용하는 것이 일상화 된 지금, 한자를 사용하는 것이 한글을 해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좀 어불성설 같다.

늦어진다는 말보다 딜레이 된다는 말을 더 자주하고, 취소 되었다는 말보다 캔슬 되었다는 말을 더 사용하는 지금, 과연 우리는 얼마나 한글을 사용하고, 한글을 사랑하는 것일까.

국립국어원이나 국어학계 조차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어휘를 표준어로 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등안시한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말이다.

짜장면이 표준어가 되는 데 왜 이리 오래 걸렸는지 누구 하나 속시원하게 설명하지 않는데 말이다.

한자는 틈틈이 접하면서 공부하는 것이 좋다.

분명한 것은 어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