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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Doctor/Movie

KINO의 영화-아이히만 쇼, 악마의 평범성

by 양철호 2017. 3. 20.

 

악마의 평범성이라는 말이 있다.

악마처럼 보이고, 악마처럼 행동하는 자들이라도 그의 이면에는 그저 평범한 사람의 모습이 있다.

지금의 국정원인 과거 중정이나 안기부에서 고문을 일삼던 경찰이나 요원들도, 뒤 돌아서서 일반 가장으로 돌아가면 가족 걱정, 먹고 사는 것 걱정, 자식들 걱정하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

악마는 특별한 것도 아니고, 그저 평범한 우리들 일상에 숨어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실체는 너무나도 잘 경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2차 세게대전을 일으켰던 독일, 그리고 패전 후 독일의 유대인 하갈에 책임이 있는 인물 아돌포 아이히만이 체포된다. 그리고 이스라엘에서 재판을 받는 아이히만.

그의 재판이 전 세계에 방송된다.

감독은 아이러니하게도 메카시즘으로 인해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홀위츠.

그와 함께 만들어진 아이히만 재판의 다큐는 충격을 던져준다.

당시에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나치의 충격, 아우슈비츠의 충격이 고스란히 드러낸 것.

 

이 모든 재판과정을 당시 책임자였던 아이히만은 그저 묵묵히 바라본다.

슬픔도, 고통도, 연민도 느껴지지 않는 평범함.

전혀 사실을 모르던 사람드라저 고개를 돌려버리는 끔직한 증언들 속에서도 아이히만은 고개 한 번 돌리지 않는다.

그가 무너지는 모습을 잡아내려했던 감독은 끝내 장면을 잡지 못한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아이히만의 악마성을 더 드러나게 한다.

 

아이히만은 결국 재판을 통해 사형선고를 받는다.

그렇게 평범했던 악은 사라졌다.

하지만 상처는 여전히 남아 있다.

 

우리는 어떨까.

세월호의 상처는 영원히 아물지 않을 것이다.

책임을 져야 하는 자들은 자신들의 결백과 무죄를 주장한다.

국정농단을 통해 국가를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사유화하려했던 자들은 과연 평범했던 사람들일까.

최순실은 그저 평범한 주부라고 했다. 그러나 그 평범함이 악이 되는 사회에 우리는 있다.

그리고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이 명령의 정당성이나, 도덕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만 했을 때 벌어지는 일들을 아이히만 쇼는 고스란히 보여준다.

무려 600만 명의 유대인의 학살로.

우리는 얼마나 큰 희생을 치러야 할까.

4대강으로 인한 엄청난 자연 파괴와 혈세 낭비, 국정농단으로 인한 국민적 피곤함.

더 무슨 희생을 치러야 할까.

더 이상의 희생을 바라지 않는 마음으로 이이히만 쇼를, 우리들의 아이히만 쇼를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