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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막힌 세상 이야기

KINO(양철호)의 이슈 파고들기-통합진보당에 대한 단상

by 양철호 2012. 5. 10.

 

 

우선 한 가지 밝힌다.

난 민노당원이다. 2005년부터 당원이었고, 이제껏 매달 만원이라는 작은 돈이지만 꼬박꼬박 당비로 납부해왔다. 그리고 최근 심각하게 당원을 그만 둬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난 사실 이번 총선에서 진보진영이 보수가 짜 놓은 프레임 안에서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게 너무나 안타까웠다. 진보에게만 숙명처럼 족쇄가 되는 도덕성도 불만이다. 보수는 적당히 타락해도 되고 진보는 마치 순결한 영혼이라도 되어야 하는 것처럼 떠드는 보수 언론. 너희 진보도 똑같네라고 외치는 보수의 농간에 놀아나는 국민들의 멍청함에 화도 난다. 왜 그 말 속에 숨은 "우리 보수는 어차피 타락했어."라는 의미는 받아들이지 못하고 진보가 타락했으니 보수를 찍는 짓거리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외쳤다. 좀 개처럼 물어 뜯고 싸워라. 상대방의 네거티브에 까짓것 네거티브로 맞서라. 물어 뜯어라. 같이 물어 뜯어야 한다. 선거는 이겨야 한다. 진보가 인정 받으려면 국민을 위한 정책에서 인정을 받아라. 선거를 깨끗이 치렀다는 데에서 인정받으려 하지 말라.

이것이 내 주장이었다. 그런데 이젠 그런 주장도 못하게 되었다. 안타깝기 이를 데 없다.

 

 

 

이번 통합진보당의 비레대표 부정선거를 보면서 느끼는 점은 크다.

여전히 민노당의 당권파는 과거 운동권 시절의 버릇을 버리지 못한 것 같다는 느낌. 그 느낌은 민주화를 외치면서도 비민주적인 상명하복식의 조직을 운영했던 것에서 기인한다. 이 때문에 사실 운동권 시절 고민도 많았다. 그런데 그 모습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는 것이 사실 놀랍기도 하고 그러면 그렇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조사가 부실했든... 부정선거냐 부실선거냐 논란이 있든 없든.. 중요한 것은 민주적이고 공정해야 할 법적 절차가 문제가 되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 내가 너무 진보에게만 도덕적 굴레를 씌우는 것에 불만이 있다고 해서, 비도덕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착각하지 말자. 이 문제를 아는 동생에게 이야기 했더니 그럼 법을 어겨도 되는 거냐고 묻더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거다. 불법은 어디든 안 된다.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려면 공정하게 들이대라는 것이다. 보수는 어차피 타락했으니까는 답이 아니다. 그게 무슨 면죄부인가? 그 죄상을 제대로 물어야 한다. 그런데 도덕적 잣대는 온통 진보에게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그리고 국민은 이것에 놀아난다. 이게 답답한 것이다.

 

핵심은 어차피 통합진보당은 비례대표 선출 과정에서 문제점을 노출했고, 이것은 심각한 문제다. 그들을 지지하고 지원해준 사람들에 대한 배신이고, 결국 모든 것이 밥그릇 싸움이었다고 하는 인식으로밖에 여겨지지 않게 만들었다. 그들이 과연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까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만든 것이다. 그들이 싸워야 하는 대상은 보수와 권력자들이었지 자신들의 동료가 아니었다. 그런데 그들은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고 이 문제에서 절대로 자유로울 수 없다.

 

검찰의 수사가 되었든 자체 조사가 되었든 이제 문제를 봉합하고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그러나 총선의 지지율이 이미 반토막이 난 상황에서 그들은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다시 드러났다. 민주당도 여전히 헛발질에 여념이 없다. 새누리당이 그 수많은 악재에도 이렇게 버티는 건 정말 야당의 도움이 크다. 이렇게 도와주는데 어찌 잘 되지 않겠는가.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올해 말이다. 벌써 5월이다. 커다란 전쟁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오고 있다. 이제 좀 정신 차리고 낮은 자세로 다시 출발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국민들의 손길은 그들을 찾지 않을 것이다. 단언한다. 정신 차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