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tory Doctor/Entertainment

양철호의 미디어 분석-트루맛쇼

by 양철호 2011. 6. 27.

트루먼쇼라는 영화가 있다.
짐 캐리가 주연하고 피터 위어가 감독한 이 영화는 단지 코미디 배우라고 여겨졌던 짐 캐리를 일약 연기파 배우로 인식시켰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가치는 다른 곳에 있었다. 짐 캐리라는 배우 이외에 미디어 시스템이 가진 파괴력과 공포, 그리고 거짓과 속임수 등이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가짜로 만들어 놓는 그 위험천만한 상상력은 이제 상상력이라고만은 말할 수 없게 되었다.


다행히 짐 캐리는 마지막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깨닫고 현실이라는 생소한 곳으로 나아간다. 그것이 그가 나아가야 할 길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의 현실이면서 가상인 곳을 되짚어 보자. 김재환 피디는 TV에 나오는 맛집의 정체를 밝히고자 하는 발칙한 상상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그 발상이 기발하다. 기존에 소개된 맛집을 조사하고 파헤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가게를 차리고 방송에 섭외되기 위해 브로커를 만난다. 바로 트루맛쇼의 탄생인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는 여러분들이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다. 이 영화를 보면서 들었던 두 가지는 우리나라 다큐도 충분히 마이클 무어의 다큐처럼 재밌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는 점이다. 그리도 또 한 가지는 미디어의 가식과 거짓이 여실히 드러났음에도 자본이라는 돈이라는 것 때문에 여전히 그 병폐를 버리지 못하는 지저분함이다.


말도 안 되는 메뉴에, 단골인척 연기는 배우, 맛있는 것처럼 먹는 연기력 등 화면에는 기가 막힌 영상들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 영상은 지금도 TV를 채우고 있다. 아직도 반성할 줄 모르는 미디어는 어쩌면 너무 적은 수가 있어서 독과점에 너무 익숙한지도 모르겠다(이것이 종편을 찬성한다는 의견은 아니다).

트루맛쇼와 TV에 등장하는 맛집들을 보면서 나는 허영만의 식객을 다시 집어들었다. 그 안에는 진정 발품을 팔아 취재를 하고, 직접 재료를 고르며, 요리를 하고, 맛을 내기 위해 수많은 시간을 들인 정성의 땀이 배어 있다. 영상이 아닌 손으로 그린 그림에 말이다. 첨단이라고 자랑하는 영상은 오히려 아날로그인 그림에 완패하고 말았다. 더 이상 TV에서 해주는 맛집 프로그램은 믿지 못할 것이다. 아니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TV에서 하는 것은 대부분 못 믿는다. 가장 믿을 만한 거는 아마도 스포츠 중계 정도나 될까.

씁쓸한 기분이다.
지금 방송은 정의도, 도덕도 잃어버렸다. 그리고 그것을 잃었다는 것 조차 잊었다.
그게 지금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