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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Doctor/Movie

KINO의 영화-프리즌, 그가 꾼 꿈은 완전범죄가 아니라 완벽한 세상이었다.

by 양철호 2017. 6. 19.

 

최근에 비슷한 소재와 내용을 가진 영화들이 자주 등장한다는 것은 어쩌면 사회적인 요소이거나, 어떤 시류를 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소불위의 힘을 자랑하던 권력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광경을 보게 된 것이 어쩌면 실제 새상과는 다르지만 특정한 권력이 무너지는 영화를 양산하는 계기가 되는 것은 아닐까. 그것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하던 자의 무너짐, 그를 무너트리려는 처절한 노력들이 지금의 시대적 분위기에 맞게 고스란히 보여지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그저 그런 해석을 할 정도의 상황이 맞아떨어지는 것에 불과할까.

 

한석규는 교도소 내에서 최고의 권력을 자랑한다.

죄수에 불과하지만 그는 소장은 물론 간수들도 좌지우지 한다.

무엇보다도 교도소를 나와 몇몇 사건들을 처리하거나 사건을 수습하고 다시 교도소로 복귀하기도 한다.

범죄에 대한 이보다 더 완벽한 알리바이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교도소에 전직 형사였지만 사고치고 교도소에 오게 된 김래원이 들어오면서 평온하기만 한 호수에 파문이 일기 시작한다.

 

한석규를 중심으로 한 권력 구조가 흐트러지기 시작하고, 별 문제없이 지내던 교도소 내 조폭이 한석규에게 반기를 들고 덤비기 시작하며, 한석규의 충직한 심복이었던 조재윤이 반란을 꾀하기도 한다.

말 잘 듣던 교도소장 정웅인도 한석규를 껄끄러워한다.

이 모든 것이 김래원의 등장으로부터 시작된다.

과연 김래원의 목적은 무엇일까. 그리고 한석규는 김래원을 왜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게 되는 것일까.

 

교도소에서 가지게 되는 권력이 뭐 그리 크겠냐고 물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영화적으로 어떤 재미가 있느냐고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교도소라는 공간은 어쨌든 폐쇄된 공간이다. 그 안에서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독립되기도 하고 폐쇄된 공간인 교도소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공간에 대한 궁금증은 이내 그 안에 들어가있는 인물들에 대한 궁금증으로 확대된다.

섬에 갇혀버린, 생존을 해야 하는 사람들의 몸부림이 펼쳐지는 것이다.

섬이 아니면서도 섬이 되어버리는 곳이 바로 교도소와 다름 없다.

 

사람들이 만들어낸 질서와 규칙 보다는 오히려 약융강식의 동물적 서열이 지배하는 곳.

그리고 그 곳에서 절대 권력을 자랑하던 한석규가 무너지는 과정은 나름 설득력 있지만 조금은 급작스럽다. 그토록 냉정하고 치밀하던 인물이 이토록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까. 그가 가지고 있던 인내심은 다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일까. 그가 이토록 세워 놓은 거대한 왕국을 한 번에 무너트릴 수 있는 실수를 그는 서슴없이 저지른다.

어쩌면 그것은 광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자신의 것을 내려 놓지 않으려는 몸부림.

이미 눈 앞에 보이는 현실은 극한으로 치닫고 있음에도 눈치채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현실 속에서 권력을 잃은 자들의 몸부림과 매우 닮았다.

그래서 씁쓸하다.

그래서, 영화라면 의례 지니고 있어야 할 인간적인 면이 사라진 철저하게 욕망의 표출을 보여주는 프리즌은, 불한당과는 다르다.

 

아쉬운 점은 조금 더 매끄럽게 권력을 이끌고, 그 권력이 무너지는 과정을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쉼이다. 너무 급작스러운 결론이 보여지면서 카드로 만든 집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교도소의 권력이 그렇다 하더라도 영화에서 보여지는 과정과는 또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정이 따라가지 못하는 급격한 결론이 아쉽다.

배우들이야 한석규, 김래원, 정웅인, 조재윤, 이경영, 김성균, 박원상 등이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오랜만에 박원상을 보게 되어 반가웠던 영화이기도 하다.

그리고 돌아이 연기는 임시완보다 김래원이 한 수 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영화의 평점은 다섯 개 만점에 두 개 반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