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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Doctor/Movie

KINO(양철호)의 영화-머니볼, 루저들의 승리의 노래

by 양철호 2017. 6. 22.

 

 

여기에 야구 영화가 있다. 

시원한 타격전, 투수전이 등장하고 야구의 재미를 흠뻑 느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이 영화에는 야구 장면이 그리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 영화는 감동이 묻어나는 훌륭한 스포츠 영화이자 삶에 대한 영화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름하여 프로. 그것도 메이저리그.
이 이야기는 당시 만년 하위팀인 오클랜드의 이야기다. 

야구라는 게임이 가지는 메카니즘은 복잡하다. 룰북이 거의 사전 두께만큼 두껍기로도 유명하다.
언뜻 단순한 것 같지만 다양한 예외가 존재하고 또 변수들도 존재한다. 그런 상황에 모든 것을 컨트롤하고 관리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렇게 복잡한 게임도 결국 하나의 룰만이 지배하고 있다. 즉 승리해야 한다는 것. 이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프로에서 가치를 인정받는 근거이다.


주인공인 빌리(브래드 피트)가 단장인 오클랜드는 양키즈에게 플레이오프에서 지고 만다.
선수들 연봉에서도 거의 4배 차이가 나는 팀과의 경기에서 나름 선전했지만 오클랜드는 잊혀진다. 패자는 기억되지 않는 법이다.
빌리는 경제학을 전공한 피터를 영입머니볼 이론을 도입해 팀을 리빌딩한다. 당장 야구계는 반발한다. 머니볼 이론은 경제학에 기초한 이론이지만 정작 야구를 모르는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진 이론이다. 하지만 빌리는 뜻을 굽하지 않고 결국 팀을 다시 플레이오프에 올린다. 더군다나 과정에서 아메리칸리그 연승 기록도 갈아치운다.
팀은 승리하지 못했다. 하지만 빌리는 보스턴으로부터 거액의 단장 제의를 받지만 여전히 그는 오클랜드에 남아서 팀의 승리를 위해 애쓰고 있다.


 


이 영화에서 야구는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내가 보기에는 그랬다. 사실 야구하는 장면이 박진감있게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 영화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여기서 느껴지는 감동은 야구 경기에 대한 감동이 아니다. 그것은 다시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얻은 패배자라는 낙인찍힌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팀에는 한 물 간 선수들이 모인다. 문제아, 퇴물, 부상자 등 그야말로 오합지졸. 그런 그들을 패배자로 만든 것은 누구일까. 그들이 왜 패배자여야 하는 것일까. 그들에게 제대로 된 기회를 주기는 한 것일까. 영화는 빌리를 통해 질문을 던지고 그 해답을 찾는다.

대부분의 스포츠 영화가 그렇듯, 스포츠 자체에 감동이 있다고 믿는다. 맞다. 부정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그 감동을 만들어내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것이 더 클 수 있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감동 스토리보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도전하는 과정이 더 의미가 있는 것이다. 승리하지 않아도 도전하는 자에게 이미 패배라는 환경을 넘어설 힘을 갖게 하는 것이니까.


 


영화는 묘하게 정적을 좋아한다.
음악으로 뒤덮는 실수를 범하지 않는다. 그리고 가끔 들리는 음악도 잔잔하게 흐른다.

빌리의 마음을 대변하는 노래가 있다. 바로 빌리의 딸이 부르는 'The Show'.

영화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바로 이 노래에 들어있는지도 모른다.

승리로 대변하는 프로의 냉정한 세계.
돈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세계. 빌리는 그것을 거스른다. 돈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외치는 것 같다. 야구도 돈이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