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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Doctor/Movie

KINO(양철호)의 영화-석조저택 살인사건, 설정의 규모보다 작아져버린 이야기

by 양철호 2017. 6. 26.

 

제대로 된 미스테리 영화가 나오는 건 아닌지 설레며 봤다.

그리고 결론은 왠지 어설퍼 보이는 것은 나만의 착각인지 묻고 싶다.

설정은 괜찮았다.

해방 직후의 경성의 분위기. 그리고 그 안에서 위폐 동판을 둘러싼 살인.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남자의 복수 등.

그럴싸한 것들을 이것저것 버무려 엮어 놓았지만 설정과 배경 등을 동원해 화려하게 꾸민 것 치고는 이야기의 전개가 작아져버렸다.

조금 더 음모적인 것들을 집어 넣을 수도 있었고, 조금 더 규모를 키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철저하게 개인적인 것으로 축소시키면서 이야기의 규모가 작아져버렸다. 그만큼 흥미로 후반부로 전개되면서 급격하게 떨어지게 되었다.

 

고수, 김주혁, 박성웅, 문성근 등 화려한 출연진이 등장한다.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인물들과 법정 장면이 오가며 전개된다.

초반부는 많은 것들을 감추며 시작한다.

그리고 조금씩 드러내며 미스테리는 시작한다.

문제는 감춘다는 것이 너무 티를 낸다는 것이다.

잘 만들어진 미스테리는 감춘다는 티를 내지 말아야 한다.

감추려면 그것은 당사자의 의도가 있어야 한다. 즉 캐릭터의 의도이지 제작자나 작가의 의도가 아니다.

하지만 이 석조저택 살인사건에서는 너무 티나게 감독의 의도로 많은 것들이 감춰진다.

감춰지는 것이 많다 보니 결국은 드러나게 될 것들의 의외성이 떨어지는 결과가 반작용으로 생긴다.

범인도 쉽게 드러나고, 사건이 어떻게 전개된 것인지도 쉬게 추측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제목인 석조저택 살인사건에 대해서도 조금은 난해하다.

석조저택이라는 장소의 중요성이 무척 강조되는 듯 하지만 정작 영화의 내용에는 그다지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야기의 핵심을 비켜가고, 관객들의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려는 듯한 의도로 읽혀 거북했다. 그 의도가 너무 인위적이라는 것이 문제다.

관객들을 작품의 게임 속으로 끌어들이는 부분이 결국은 약했다는 것이다.

감정적인 부분들이 과다하게 들어간 요소가 크다.

미스테리는 게임 자체에 핵심이 있고, 관객들이 게임을 직접 참여해서 푸는 느낌이 강해야 한다.

그래야 성공한다. 아니 최소한 그래야 재미가 있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받침되어서 그나마 볼만한 작품으로 완성된 것이 위안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이런 작품을 볼때마다 원작을 읽고 싶어진다.

원작의 어느 부분을 놓치고, 어느 부분에 매달렸는지 궁금해지는 것이다.

언제쯤 읽어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