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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Doctor/Movie

KINO(양철호)의 영화-공각기동대, 헐리웃의 변주는 어디까지.

by 양철호 2017. 6. 23.

 

솔직히 헐리웃에서 공각기동대를 실사 영화화 한다고 했을 때 들었던 생각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왜 이 작품을 실사 영화로 만들려 할까에 대한 우려.

둘째는 일본에서 영화화 한다고 안 하는 게 그나마 다행.

이유는 다들 알거라고 생각된다. 현재의 일본 영화는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실사 영화화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영화적 재미나 내러티브 등은 찾아볼 수 없고, 그저 사람이 연기하는 애니메이션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고 있다. 점점 내가 일본 영화에서 멀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걸작 작품을 실사 영화화 한다고 하며, 더구나 헐리웃에서 도전한다고 한다.

사실 헐리웃이라고 해도 작품성 있고, 심오한 이야기를 단순한 구조로 바꾸는 재주로는 빠지지 않는다. 그래서 우려가 많았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이제 확인하게 되었다.

그 결론은 반반이다.

나름 노력했다라는 평가와 함께, 원작의 가장 중요한 요소를 빼고 상투적인 요소가 들어갔다는 평가가 공존하게 된 것이다.

 

인형사가 등장하지 않는다.

원작에서 인형사는 상당히 중요한 요소를 가진 존재였다.

생명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쿠사나기가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쿠제가 등장한다. 쿠제는 TV 시리즈에 나온 등장 캐릭터지만 이름만 빌려왔을 뿐 전혀 다른 캐릭터로 나온다.

영화의 느낌은 오히려 원작과 반대의 느낌이다.

심오하고 생명에 대한 근원적 질문에 대해 고민하던 쿠사나기가 인형사의 이야기를 듣고 네트의 바다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는 생명의 정의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끊임없이 양산되고, 변질되고, 발전하는 정보의 바다와 생명의 관계를 묻는다.

하지만 영화는 고전적인 질문인 인간성에 대한 부분에 다시 초점을 맞춘 듯 하다.

인간성에 대한 고민, 스스로 인간인가에 대한 고뇌와 의심 등은 원작과 영화에서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하는 쿠사나기의 모습으로 대변된다.

 

영화의 만듦새를 보자.

배우들은 우선 스칼렛 요한슨, 줄리엣 비노쉬, 기타노 다케시 등이 출연한다.

글로벌한 배우들 집합이다.

하지만 이 배우들의 조합이 좋았는지는 모르겠다.

액션도 원작의 장면들을 그대로 살리려 애쓴 모습은 역력하다. 하지만 원작의 장면들은 지금 보더라도 결코 떨어지지 않은 퀄리티를 자랑한다. 하지만 영화의 퀄리티가 과연 지금 보더라도 괜찮은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스칼렛 요한슨의 몸이 의체를 표현하기에는 왠지 어색한 느낌도 들었다.

해킹 장면이나 전투 장면 역시 아쉬움은 남는다.

사실 원작의 어지럽고, 심오한 내용을 영화로 표현한다는 것이 처음부터 무리일 것이란 생각은 들었다. 그리고 그런 문제 때문에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는 점도 인정한다.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을 다 잡기 위해서 도전한 내용은 어중간해졌고, 그 덕에 액션도 어중간해진 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