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tory Doctor/Entertainment

KINO의 미디어-알쓸신잡, 유쾌한 잡지식의 향연

by 양철호 2017. 6. 12.

 

나영석 PD가 다시 사고를 쳤다.

삼시세끼, 꽃보다 할배, 신서유기 등을 히트시켰던 그가 이번에는 전혀 조화가 잘 안 되는 네 명의 패널을 데려다가 대박을 터트렸다.

바로 알쓸신잡,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 바로 그것이다.

전 보건복지부 장관인 유시민,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소설가 김영하, 뇌과학자 정재승이 브로 그 넷이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유희열이 자리하고 있다.

 

이야기 구조는 단순하다.

한 도시를 각자 여행한다.

맛집도 가고, 각자의 취향에 맞게 문학관, 관광지 등을 돌아보고 모여서 각자 보고 느낀 것, 궁금한 것들을 그저 쏟아낸다.

하지만 이들 네 명이 누구냐.

각자 나름의 분야에서 한가닥 하던 사람들이 모였으니 결코 조용하지는 않을 것이고,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들어맞는다.

 

유시민이야 워낙 말 많고, 아는 것 많은 것으로 유명하지만 황교익의 지식 자랑도 만만치 않다. 조용한 듯 한 번씩 펀치를 날리는 김영하의 멘트도 아재인 듯 신선하고, 무엇보다도 명쾌하게 과학적 결론을 지어주는 정재승의 존재가 백미다.

통영편에서 백석이 왜 통영에 왔는지, 박경리의 작품인 토지에 대해서, 뱀장어와 정력의 관계, 이순신의 난중일기 등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졌다. 두 번째 순천 편에서는 태백산맥과 소설가 김승옥, 원고지에 육필로 글을 쓰던 시대와 타자를 치던 시기의 차이, 뇌의 활용, 알파고, 인공지능 등 역시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들이 말하는 것이 정말 알아두면 쓸데없는 것들일까.

이들의 이야기 속에 내가 이미 알고 있던 이야기들도 꽤 있는 걸로 봐서 나도 알아두면 정말 쓸데없는 것들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결국 이들의 이야기는 알아두면 쓸데없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알게 된다.

이들과의 유쾌한 여행애서 알게 되는 잡학은 결국 우리들의 풍부한 가치관과 상식을 채워주는 밑거름이다.

 

유희열이 12시간 동안 떠들지 않은 시간이 한 20분 정도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이들의 수다는 쉴새없이 이어진다.

하지만 이들의 수다는 유쾌하다. 재미있다.

저녁에 술 한 잔 곁들여 나누는 대화는 각자의 에피소드에서부터 지식의 향연까지 다양하다.

하나의 현상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각의 다양성도, 해석의 다변화도 충분히 흥미롭다.

그래서 나영석의 한수가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이들의 여행을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 그리고 나도 그곳에 가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