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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Doctor/Entertainment

KINO의 미디어-김어준, 그의 B급 정서가 좋다

by 양철호 2017. 5. 24.

 

김어준의 특징은 명확하다.

그는 정치를 희화화한다.

하지만 개그 프로그램의 풍자와는 다르다.

그의 정치 희화화는 날카로운 분석을 전제로 한다.

그렇게 희화화한 그의 촌철살인에 사람들은 즐거워한다.

정치를 우스꽝스럽게 만든다는 비판이 있지만 사람들은 이에 오히려 지금의 정치 자체가 더욱 우스꽝스럽다며 반박한다.

그것이 현실이다.

 

김어준이 주목받은 것은 나는 꼼수다 팟캐스트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전부터 딴지일보 운영을 통해 정치는 물론 문화, 사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화략해왔다.

그리고 그것이 나는 꼼수다, 뉴욕타임즈를 거쳐 파파이스와 뉴스공장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어준은 정치인을 불러 놓고 놀리고, 우스꽝스럽게 만들고, 농담을 건넨다.

얼마 전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간 김성태 의원이 출연했을 때 새타령을 배경음악으로 틀어준 것과 비슷한 장난을 서슴없이 저지른다.

기존 뉴스나 정치평론가들은 절대로 할 수 없는 영역이다. 즉 B급 정서를 가져와 정치를 바라보고 분석한다. 그런데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B급에 대해서다.

B급을 사람들은 질 낱은, 주류가 아닌 것으로 취급한다. 하지만 과연 B급이 나쁜 것인가를 곱씹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종편을 비롯한 공중파에서는 A급을 가장한 정치평론들이 판을 친다. 심지어 그 정치평론들은 B급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날카로운 분석은 커녕 소문으로 떠돌고, 거짓이라고 판명난 것까지 들먹이는 저열함을 보여준다.

오히려 B급이 더 주목받는 이유다.

 

김어준이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 중 하나는 정치라는 것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만든 것이다.

정치가 따분하고 어렵다는 선입견을 그는 재미있고, 황당하고, 드려보면 더더욱 웃긴 것이라는 이미지를 심어 놓았다.

또한 정치인이 근엄하고, 딱딱한 말만 할 거라는 이미지도 파괴했다.

김어준의 장단에 맞춰주는 정치인은 이미지가 좋아지고, 인지도도 높아졌다.

결국 국민들에게 재미를 던져주는 역할을 한 것이다.

재미없는 정치를 재미있게 설명해주기 때문에 김어준이 주목받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김어준의 B급 정서가 좋다.

은근슬쩍 A급인 척 하는 허지웅 같은 가식이 없어서 좋다.

김어준은 무례하다.

예의바른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이제껏 예의바른 정치인이 있던가?

대신해서 정치인데게 좀 무례하면 어떤가.

좀 우스꽝스러워지면 어떤가.

난 그래서 오늘도 뉴스공장을 듣고 있다.

고기를 외치며 졸린 목소리로 깔갈거리고 웃는 그의 목소리를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