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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막힌 세상 이야기

KINO(양철호)의 이슈 파고들기-진중권 대 나꼼수

by 양철호 2012. 1. 10.



진중권과 나꼼수를 지지하는 트위터들간의 설전이 있었다고 한다. 며칠째 트위터를 보지 못해 그런 일이 있는 줄 언론을 보고서야 알았다. 이런 일들까지 언론에 소개되는 것을 보면서 둘의 영향력이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문제의 발단은 진중권이 공공연하게 나꼼수를 비판하면서 시작되었다. 물론 이번 설전의 시작은 다르지만 이전부터 진중권은 나꼼수를 그저 개그 프로그램 정도로 보아왔고, 나꼼수 지지자들에게는 그런 시각이 상당히 불편했을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짐작된다.

여기서 몇 가지 팩트를 지적해보자.
하나, 진중권은 나꼼수가 청년들에게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만든 그 영향력에 대해서 인정한다.
두울, 나꼼수에서 주장하는 것들은 모두 추측이고 소설이다. 다만, 그 추측과 소설이 나름 상당한 심증을 가진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심증이고 추측이다.

이 두가지의 팩트에 대해서 잠깐 짚고 넘어가자.
우선 진중권도 나꼼수가 가지고 있는 힘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즉 나꼼수가 해낸 일은 진중권이 하지 못하는 일이다. 사실 시사 토론 프로그램과 예능 프로그램 중에서 무엇이 더 인기가 좋은지는 누가 보더라도 알고 있다. 이처럼 정치라는 딱딱한 장르를 마치 개그처럼 풀어 놓은 나꼼수는 충분히 제 몫을 했다고 믿는다. 다만 그 성격이 정치에 대한 정통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개그처럼 풀어 놓는다는 것이다. 사실 진중권은 나꼼수가 오버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너무 많은 인기를 받으면 그 인기에 취하는 것도 사실이다. 나꼼수가 그렇게 될지 아닐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 조심을 해야 한다. 다만 진중권도 비판을 하려면 근거가 피요하다. 나름의 추측도 필요하다. 나꼼수가 소설을 쓰듯이 진중권도 최소한 소설을 써서라도 비판을 해야 하지만 그는 그저 비판에만 나섰다. 이것이 네티즌들에게 반발을 사는 이유이다.

사실 네티즈들에게 진중권도 꽤 인기있는 인물 중 하나다. 그가 토론 프로그램에 나오면 상대방은 사실 흠씬 두들겨 맞는 게 사실이다. 주성영처럼 호되게 당한 인물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 그가 네티즌들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욕을 하고 비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즉, 이 부분에 있어서는 진중권과 제대로 된 논리로 논쟁을 주고 받을만한 사람이 정작 없다는 점이다. 이 논쟁이 상당히 감정적인 부분이 섞여 있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정치는 감정이 아니다. 나꼼수의 주장과 그에 대한 비판도 감정이 아니다. 냉정한 논리여야 한다. 이 말에는 진중권의 생각에 동의한다. 나꼼수를 좋아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듯이, 나꼼수가 쓴 소설을 일방적으로 진실인양 믿으라고 강요하는 것도 문제이다. 이제 그 소설을 증명하기 위한 움직임을 해야 한다. 그 움직임에 나서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이지 왜 그 움직임이 없이 소설을 믿지 않느냐고 따지기만 하는가. 이 부분에서 네티즌은 진중권에게 지고 들어간 것이다.

두번재 팩트에서 진중권은 소설은 소설일 뿐, 심증은 심증일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심증이 있다면 그것이 진짜인지 아닌지 파헤칠 명분은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심증에 대한 해명이 불분명하고 문제가 있다면 그것의 진위 여부를 함께 파헤쳐보자고 말할 수도 있어야 한다. 네티즌이 심증을 무조건 믿는다는 이유로, 자신은 믿지 않는다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증명이 되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언급하는 것으로도 충분했다. 그러나 진중권은 그러지 않았다. 그저 네티즌들의 무조건적인 맹신에 대한 질타만 했을 뿐이다.

사실 네티즌들이 나꼼수를 믿는 이유는 납득을 해야 한다. 기존 언론의 무능함을 한 방에 털어버리는 힘을 보여준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진중권은 맹목적인 믿음이 아니라 이제는 근거 있는 믿음을 위해서라도 심증을 확증으로 바꿀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어야 했다. 그 말에 누가 토를 달고 누가 이의를 제기할 것인가. 그러나 진중권은 오히려 나꼼수의 오버가 문제가 아니라 추종하는 세력의 과장됨을 더 문제라고 인식한 것 같다. 결국 그래서 둘의 싸움이 일어난 것이 아닐까.

나꼼수가 이루어 놓은 것에 대해서는 인정 받아야 마땅하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나꼼수의 역할이 필요하다. 진중권은 이제 심증이 아닌 확증이 필요하다고 말해야 한다. 그리고 네티즌들도 심증은 심증일 뿐이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심증이 마치 확증이고 진실인것처럼 믿어서도 안 된다. 그 수많은 의혹들, 물론 엄청나게 의심이 되지만, 그리고 기존 언론에서 제대로 다루지도 못하지만 어쨌든 우리마저 한나라당이나 검찰처럼 행동할 필요는 없지 않나. 심증만으로 누구를 쥐어짜는 짓을 우리도 해야 하나. 그러지 말자. 우리는 힘 가진 자들보다 더 성숙하지 않은가.

결론은 사실 진중권과 나꼼수 추종 네티즌들간의 트위터 설전은 별 성과도 없고, 내용도 없고, 불필요한 설전이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