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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Doctor/Movie

KINO(양철호)의 영화 이야기-유해진에, 유해진의, 유해진을 위한 영화, 럭키

by 양철호 2016. 10. 17.

영화 내내 유해진이 보여준 연기는 진지했다.

한 번도 웃기려 들지 않았다. 과장도 없었다.

그런데 웃기다. 재미있다.

맞지 않는 옷을 자기 것으로 착각해 입었으니 얼마나 어색할까.

그것을 자기것으로 여기고 온 힘을 다해 살았으니 그것이 던져주는 웃음은 상상 이상이다.

 

 

기억상실증도 식상하고 스토리도 어설프다.

관계들도 그닥 새로울 것 없고 이야기의 전개도 신선하지 않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유해진에게 있다.

스토리가 좀 뻔하면 어떠랴.

능청스럽게 연기하는 유해진의 매력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이야기의 어설픔 보다 스크린에서 움직이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는 것이 즐거워진다.

 

 

아쉬운 것은 유해진 이외에는 별다른 맞설만한 캐릭터가 없다는 점.

이야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이준의 스토리는 재미도, 개연성도, 설정도 많이 떨어진다.

유해진이 식상한 이야기로 재미를 주는 반면에 이준의 장면은 재미 보다는 오글거리는 순간이 많다.

어쩌면 이것도 내공 탓일까.

그나마 유해진과 캐미를 보여준 조윤희가 그나마 좀 나은 듯.

 

 

카메오인지, 우정출연인지는 모르나 이동휘와 전혜빈의 등장은 반가웠다.

이동휘는 원래 대본이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확실히 주연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 역시 명품조연의 길을 걸어가는 절차를 밟아가는 것 같다.

왠지 영화 촬영장 내내 즐겁고 재미있었을 것만 같은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래도 나는 유해진 원탑 영화 보다는 아직까지는 그와 함께 여럿이 나와서 더 캐미를 던져주는 영화가 좋다.

그게 더 유해진을 더 돋보이게 하는 길인 것 같다.

 

 

유해진은 코미디만 하지 않았다.

진지한 역할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배우다.

김명민 주연의 '간첩'에서는 북에서 내려온 냉혹한 간첩 역할을 펼치기도 했고

부당거래에서의 야비한 역할도 충분히 잘 소화했다.

그에게 영화 '해적'의 장면이 떠오르는 건 너무나 능청스럽게 연기를 잘해서일 수도 있고, 너무 재미있는 장면이기도 해서 그럴 것이다.

어쨌든 유해진은 충무로에 없어서는 안 될 배우다.

이런 배우들이 더욱 많이 등장했으면 좋겠다.

최근 드라마를 보면 얼굴만 멀끔히 생기고 연기는 너무나 어색한 주연들이 너무 많다.
영화판에서는 국내에 배우가 없다는 말이 심심치않게 나온다.

왜 이런 일이 벌얼지는 지는 배우 지망생, 제작사, 소속사 등이 깊게 고민해 봐야 할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