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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Doctor/Movie

KINO(양철호)의 영화 이야기-악인들이 그린 지옥도 아수라

by 양철호 2016. 10. 6.

흔이 어수선하고 난장판이 되어 있는 곳을 보면 아수라장이라는 말을 하곤 한다.

아수라는 불교에서 말하는 육도 중 하나로 수라계를 일컬으며 그 수라계의 왕을 말하기도 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는 관객을 인간들이 만든 아수라의 세계로 이끈다.

 

 

가상도시 안남시

그곳의 부패와 권력의 탐욕을 가진 시장.

그리고 그 시장의 뒤를 봐주는 경찰.

약점을 이용해 시장을 잡으려는 검찰 등 온갖 인간군상들이 모여 있다.

이 곳에는 선과 악의 개념이 없다.

경찰이 선이고, 검찰이 선이라는 개념 자체가 통용되지 않는다.

모두가 악이고 모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입장에서 행동한다.

상대를 버리는 것도 손쉬우며 이익을 위해 자신의 신념을 버리는 것도 쉽다.

영화적으로 보면 아쉬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참 어떻게 보면 오히려 리얼하고 오히려 현실적이다.

 

 

시장의 모습을 보면서 느낀 것은

내가 경험한 지자체의 시장들과 크게 다른 게 없다는 점이다.

시장은 자신의 시에서, 시청 안에서 대통령과 다를바 없는 권력을 누린다.

그 권력은 엄청나다. 어쩌면 그 사람을 착각하게 만들 정도로.

그리고 수많은 청탁, 이권 등이 주변에 널려 있다.

이게 현실이다.

그저 영화는 현실보다 피가 더 튀고 더 잔인하다는 것.

아니 더 잔인한지는 모르겠다. 나에게는 현실이 더 잔인하니까.

우리는 당장 지저분한 수라계라고 불리지는 않지만 이미 아수라판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내로라 하는 배우들이 모였다.

화엉민, 정우성, 곽도원, 정만식, 주지훈, 김원해 등.

이들은 정말 그 인물이 맞는 것처럼 연기한다.

원래 그랬던 것처럼.

황정민의 악역은 신세계와는 다른 오히려 달콤한 인생의 악당이 권력을 쥔 듯 한 모습을 보여준다.

곽도원은 범죄와의 전쟁의 그 검사가 더 악독해진 것만 같다.

정만식도 그렇고 주지훈도 충실하다.

정우성의 잘생긴 모습을 원한다면 별로 권하고싶진 않다.

온통 피투성이에 상처를 달고 다니는 모습이니 말이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지옥도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을 자는 더 악독해야 하고 더 잔인해야 한다.

모두는 그 모습을 충실히 보여준다.

마지막 장례식장에서의 장면은 그야말로 영화의 하일라이트.

온갖 폭력과 협잡, 비굴, 비열, 배신 등이 난무한다.

조금은 멜로도 있고 심심하게 영화를 만들어왔던 김성수 감독이 칼을 간 것 같다.

이 영화엔 인간의 본능이 들어 있다. 숨겨왔고, 숨기고 싶어했던 본능이.

 

'신세계'가 인위적으로 잘 만든 세트에서 벌어지는 남자들의 이야기라면

'아수라'는 들판에 내러벼 둔 살아있는 날 것이다. 그래서 더 불편하고 외면하게 되지만 이게 현실이라는 것을 인저어할 수밖에 없다.

아니 현실은 이보다 더 잔인하지.

물대포로 사람을 죽이고, 배에 갇혀 죽게 만드는 게 지금의 현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