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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Doctor/Movie

KINO(양철호)의 영화 이야기 - 남자가 사랑할 때, 바로 황정민이 사랑할 때.

by 양철호 2014. 2. 5.

 

 

나는 눈물을 짜내는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울음을 강요하는 게 싫기 때문이다.

그래서 슬픈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7번 방의 선물도 그다지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해 보게 된 이 영화... 나의 선택이 아니었기에... ㅜ.ㅜ

남자가 사랑할 때도 왠지 눈물을 짜낼 것 같은 분위기여서 처음부터 삐딱하게 바라본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그 예상은 별반 다르지 않다.

 

 

영화는 예쁘지 않다.

결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황정민이 순정 로맨스의 주인공과는 거리가 먼 것 처럼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기분은 아닐 것이다.

인형같은 외모만 부각되던 한혜진은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차갑고 지쳐보이는 이미지를 고스란히 표현한다.

언쟈부터 그녀의 연기가 이렇게 변하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분명 긍정적이다.

그래도 나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원래 눈물을 잘 흘리지 않는 나였지만

어딘지 모르게 이 영화를 보면서는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참기 어려웠으니까.

 

 

스토리는 뻔하다.

너무나도 뻔하다.

사랑의 시작은 어색하고 거칠지만 둘은 결국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시한부 인생.

누군가를 더 챙겨주기 위한 배려가 오해를 낳고 결과는 안 좋게 치닫게 되고

결과는 좋지 않게 끝난다.

하지만 결국 진실을 알아채게 되고

그 둘은 그렇게 서로를 보낸다.

화해나 용서의 제스처 같은 것은 없다.

그저 오롯이 보내는 것이다.

그 모습을 황정민과 한혜진, 그리고 영화 속 배우들은 묵묵히 수행한다.

 

 

영화는 뻔한데도 뻔하지 않게 흐른다.

나 아프다고 징징재지 않는다.

내가 곧 죽는다고 투정부리지도 않는다.

영화 속에서 황정민 역시 잘 울지 않는다.

그러다 그가 우는 첫 장면은... 그 장면이 첫 장면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병을 한헤진에게 들키고 나서 술집을 나서다 마주친 장면.

그곳에서 정말 서럽게 운다.

그들의 연기는 마치 연기가 이니라 대사를 하다가 정말 감정에 복받쳐 우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리고 그 기분에 나도 모르게 빨려 들어가버리고 만다.

 

감정의 절제라고 부르기에는 투박하지만 결코 과잉은 아닌...

어저면 가장 일상적으로 보여지기에 더욱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리고 그 힘을 황정민의 표정, 행동, 말투로 모든 것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사실 그다지 내용이 좋은 영화는 아니다.

뻔한 내용에 뻔한 전개에 빤한 결과를 보여주니까.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영화에 대한 심심함으로 치면 결코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다.

하지만 이 여화에는 황정민이 있다는 대답 하나로 그 결점을 상쇄한다.

그래서 기분이 좋지 않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영화인데...

자꾸 기억이 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