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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Doctor/Movie

KINO(양철호)의 영화-채비, 착해서, 너무 착해서 불편한

by 양철호 2017. 11. 17.

 

7살에서 지능이 멈춰버린 지적장애인 김성균이 있다.

그리고 뇌종양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엄마가 있다.

아직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장애인 아들을 위해 엄마는 자신이 죽기 전 아들의 홀로서기를 돕는다.

 

뻔한 스토리, 뻔한 감동으로 점철된 이 영화는 그러나 김성균의 연기 변신과 고두심의 묵직한 연기가 빛을 발한다.

재미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웃음을 주는 요소도 찾아보기 어렵고, 어려움이나 난관도 그다지 강하지 않다.

차라리 억지로 관객들의 울음을 뽑아내고 싶었다면 7번방의 선물을 벤치마킹 했어야 했다.

하지만 영화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재와 이야기를 끌어왔다.

그리고 있을 법한 이야기로 구성했다.

하지만 그게 문제였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이 영화는 착한 영화다.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김성균에게 한없이 관대하다.

혼도 나고 문제도 일으키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용서한다.

모든 사람이 잘 대해주고, 이해를 해준다.

악당은 이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다.

조금은 삐걱 거리지만 모든 것들이 착착 진행된다.

그리고 뻔한 결말을 맺는다.

그럼에도 불편한 이유는 내가 봐왔던 현실과는 너무 다른 영화 속 현실 때문인지도 모른다.

장애인 학교를 세우기 위해 주민들 앞에서 무릎까지 꿇었던 장애학생 학부모가 버젓이 있는데, 장애인 학교는 혐오시설로 분류되어 집값, 땅값 떨어진다며 결사 반대를 외치고 있는데 이렇게 따뜻하고 착한 사람들이 가득한 이야기가 마치 동화 속 이야기 같이만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이 영화 '채비'는 모든 것을 개인의 문제로 귀결시킨다.

구청에서 도와주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도움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 개인이 짐을 진다.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메시지는 없다.

그래서 아쉬운 걸까.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서 요즘 더욱 더 생각하게 된다.

사회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된다.

이 영화 속에 그 이야기가 있을까.

아니면 내가 영화를 너무 거대하고 삐딱하게만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내가 오지랖이 넓고, 사회적으로만 생각해서 그렇다고 인정하려 해도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고 있는 장애학생 학부모의 모습이 머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세상은 여전히 가혹하다.

어쩌면 그렇기에 영화는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었나 보다.

아름다운 슬픔을 보여주고 싶었나 보다. 참담한 슬픔이 아니라.

하지만 세상엔 참담한 슬픔이 더 많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고통받는 사람과, 그 고통을 외면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가 불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