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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Doctor/Movie

KINO(양철호)의 영화-악녀, 나쁜건 영화다.

by 양철호 2017. 7. 17.

 

악녀, 김옥빈과 신하균이 나오는 액션 영화다.

나는 액션배우다, 내가 살인범이다의 정병길 감독의 새 영화이기도 하다.

내가 살인범이다에서 액션을 보여주는 방식에 있어서는 탁월함을 보여줘 내심 기대하기도 했다.

그리고 뚜껑을 연 순간, 이 영화는 온갖 헐리웃 영화의 짬뽕과 재탕, 그리고 어설픈 스토리와 오골거리는 대사들이 가득한 중2병 같은 영화가 되어 나타났다.

 

영화를 보는 내내 킬빌이 떠오르고, 네이키드 웨폰이 떠오른 것은 나뿐일까.

아닐 것이다.

부모의 죽음, 복수, 살인, 킬러로 성장하고 다시 복수.

이런 뻔한 스토리를 차라리 군더더기 없이 심플하게 마무리 해버리고 보여줄 것에만 올인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도대체 왜 각본을 감독이 직접 쓴 것일까.

 

사실 최근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는 경우는 많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는 내러티브, 메시지 등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직접 쓰곤 한다.

그런데 스턴트맨 출신인 정병길 감독은 직접 각본을 썼다.

결국 액션을 위한 스토리가 나올 것은 뻔한 문제이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멋있을 것 같다는 대사와 상황은 모조리 때려 넣어 오히려 이상한 장면들이 탄생하고 말았다.

 

신하균은 과거에 보여줬던 모습을 이제는 찾을 수 없었다.

과거에 그는 다양한 모습을 감춘 정체를 알 수 없는 모호함을 가진 배우로 기억된다.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나약하기도 하다가, 광기에 휩싸이기도 하는 배우였다.

그런데 그런 모습을 이번 영화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김옥빈도 박쥐에서 보았던 가능성이 이번 영화에서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

연기는 물론, 액션도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 영화는 액션 영화니 액션에 대해서 한 번 짚고 넘어가자.

최근 나온 액션 영화 중 실제 몸을 사용해 화끈한 액션을 보여주는 작품으로는 존 윅 리로드가 떠오른다.  건푸라고 명명된 화려한 몸놀림을 카메라 워킹 등의 편법 없이 고스란히 보여주는 작품으로 기억이 생갱하다.

악녀는 액션을 더욱 가깝게 보여주고 싶었나 보다.

그래서 1인칭 시점을 제법 많이 활용한다.

그리고 그 시점으로 인해 선명하게 선혈이 낭자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문제는 핸드헬드라는 촬영 기법상, 액션이 제대로 각인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어지럽고, 혼란스러우며 액션의 합이 보여지지 않아 화려한 액션인지, 리얼한 액션인지 구분하기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차라리 테이큰처럼 컷을 많이 나눠 찍어 화려하게 보이기라도 했으면 모르겠다.

그러나 액션 스턴트맨 출신 답게 제대로 액션을 찍고 싶었나 보다.

그 열정은 인정한다.

오히려 너무 힘들게 촬영한 티가 난다. 고생 많이 한 티도 난다.

그러나 그 티가 보상받지 못하는 결과물로 나타난 것이다.

 

새로운 시도들은 좋으나 그 시도가 결과물로 제대로 나올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것 같다.

아니면 스스로는 확신이 있었으나 정작 결과는 안 좋았던지.

나는 아직 리얼은 보지 못했다.

하지만 리얼 이전의 내가 본 작품 중 아마 악녀가 가장 최악의 영화가 아닐까.

최소한 제대로 연기할 줄 아는 배우들이라도 있었다면...... 그래서 오골거리는 대사들만이라도 제발 좀 어떻게 했더라면......

액션을 위주로 하고자 한다면 최소한 액션 그 자체를 관객들이 시원하게 볼 수 있게끔 해줘야 한다.

그것이 액션영화의 미덕이다.

 

별 다섯 개 만점에 나는 이 영화에 별 한 개 반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