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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Doctor/Movie

KINO(양철호)의 영화-반드시 잡는다, 반드시 못잡을 수도 있다.

by 양철호 2017. 12. 22.

 

시도는 좋았다.

젊은 배우들만 선호하는 영화에서 주연 배우를 백윤식과 성동일을 내세웠다는 것이 신선했다.

연기로는 어디 가도 빠지지 않는 배우들이니까 나름 시너지 효과도 기대했다.

거기에 개성있는 연기의 천호진까지.

나름 기대했던 작품이었다.

30년 전의 살인사건이 다시 일어나고, 당시 잡지 못했던 범인을 잡기 위해 나선다는 설정이 진부했지만 충분히 캐릭터로 승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코믹이다.

웃겨야 한다는 강박이 이 영화에는 깔려 있다.

백윤식의 괴팍한 노인 연기는 왠지 작위적이다.

성동일이 사건에 매달리는 이유도 무거워야 하는데 가볍게만 보인다.

심각한 사건임에도 심각성 보다는 한숨쉬며 보게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노인이 갖는 경험과 연륜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번뜩이는 재치가 빈첩함은 없을지라도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력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없다.

이 영화에는 막무가내의 주장만 있다.

범인을 예측하는 성동일의 주장은 그저 우격다짐이다.

근거도 빈약하다.

결론에 가서는 성동일이 맞는 것으로 나온다. 물론 그렇게 나와야 영화는 말이 된다.

나름 반전이라고 넣었지만 사실 뻔히 예측되는 결론이다.

 

왜 이렇게 된 걸까?

감독이 욕심이 많아서였을까?

아니면 조금만 더 진지하게 끌고 갔더라면 투자가 안 되거나 흥행이 안 될 거라고 생각했던 거였나?

사람의 죽음이 너무 손쉽게 다뤄지고, 무책임하게 보여진다.

리얼함이 왠지 배제된 느낌이랄까.

거기에 억지로 웃기려고 만든 몇몇 장면들이 부자연스럽다.

 

이런 영화는 자연스러움이 필요했다.

하지만 영화는 핵심에서 자뀨 비껴나가는 주변 이야기들 때문에 흐름을 놓치기 일쑤였다.

그리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설정들도 집중을 방해하곤 했다.

실험은 좋았다.

하지만 그 실험은 코믹이 아니었어야 했다.

제대로 미스테리로 끌고가면 어땠을까.

최고의 탐정이라고 알려진 미스 마플과 포와로가 노인인 이유가 무엇인지 조금 생각해 보면 어떨까.

미스테리 영화는 흥행이 안 된다고?

미스테리 영화가 흥행이 안 되는 게 아니다. 제대로 못 만들어서 흥행이 안 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