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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Doctor/Movie

KINO(양철호)의 영화-덩케르크, 놀란의 놀라운 도전.

by 양철호 2017. 8. 2.

 

첫 인상은 영화라기 보다는 기록화면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배우들은 별다른 대사가 없다.

그들이 처한 상황만을 보여줄 뿐이다.

그리고 두려움에 가득한 병사들의 생생한 표정이 화면에서 그대로 관객에게 전달된다.

그 공포는 영화의 연기라기 보다는 오히려 현실같다.

덩케르크 해안에 고립된 40만 명은 코 앞에 다가온 죽음과 맞서고 있는 것이다.

 

금세기 최고의 천재 감독이라고 칭찬 받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덩케르크다.

2차대전 당시 덩케르크 해안에 고립된 40만명을 탈출시키기 위한 작전을 다룬 영화로 실화이기도 하다.

실제 33만 명을 구출해낸 최고의 작전으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2차대전 하면 대부분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이야기 하지만 이 덩케르크 작전은 수많은 사람을 살린 작전으로 더욱 가치가 있다.

 

영화는 세 부분으로 진행된다.

해안가에서 탈출을 하기위해 노력하는 병사들의 모습.

영국에서 배를 몰고 덩케르크로 가는 어부들의 모습.

그리고 독일군 비행기와의 공중전을 벌이는 영국 공군의 모습이다.

이 세 부분이 서로 뒤엉켜 영화는 전개된다.

 

막막한 바다와 고립된 이미지 선사하는 해변은 마치 거대한 수용소 같은 느낌을 준다.

구축함이 와서 자신들을 구해주기를 기다리지만 그것은 소원하기만 하다.

언제라도 독일쿤이 쳐들어올 수 있는 상황. 프랑스가 지키는 마지막 방어선은 나약해 금방이라도 뚫릴 것만 같다.

 

영국에서 어선들이 출향해 덩크르크로 향한다.

그들은 희망이다.

한 사람이라도 더 살라기 위해 떠나는 그들의 모습은 분명 희망이다.

하지만 왠지 불안하다.

40만 명이라는 숫자를 구해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그래도 그들은 덩케르크로 향한다.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서.

 

공중에서는 치열한 공중전이 벌어진다.

해안을 공습하고,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구축함을 공격하는 독일 비행기에 맞서기 위해 영국의 비행기들과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다.

영화에서 가장 속도감있고, 가장 박진감 있는 장면이다.

 

영화는 조용하다.

전쟁영화의 화려함도 없다.

정적이지만 긴장감은 오히려 더 크다.

정적이기에 느껴지는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거대한 해변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이런 담담함으로 놀란 감독은 실화를 마치 현재에 일어나고 있는 일인것처럼 펼쳐 놓았다.

물론 이 영화에 엄청난 액션도, 엄청난 전쟁신도 없다.

그저 있었을 법한 역사의 상황들이 전개될 뿐이다.

허무하게 죽기도 하고, 얍삽하게 살아남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 모두 피해자이고, 그들 모두 살기위해 몸부림치는 생명이다.

그 모습을 놀란은 CG도 배제하고 현실 그대로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덩케르크다.

 

헐리웃 스토리 중심의 영화에 익숙하다면 어쩌면 이 영화는 낯설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다.

실화를 이토록 있는 그대로 담아내면서도 긴장감이 유지되도록 만드는 일은 어렵다.

그 어려운 일을 놀란 감독이 해낸 것이다.

천재는 어째서 천재인지를 보여주는 또 한 편의 영화가 탄생한 것에 감탄사를 보내며....

 

나는 이 영화에 별 네 개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