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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Doctor/Movie

KINO(양철호)의 영화-시간여행6. 시간의 뒷걸음질이 알려주는 삶의 이야기

by 양철호 2017. 8. 4.

 


 

시간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그저 흘러가는 하나의 흐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또는 아주 작은 의미라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결국 핵심은 시간은 지나간다는 것이다. 가장 소중한 순간이라도, 아니면 헛되이 보내는 순간이라도 말이다.

 

스콧 피츠체랄드의 원작 소설을 영상화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시간의 흐름이 서로 다른 두 사람의 만남을 통해 사랑, 그리고 소중한 순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분명한 것은 이는 시간에 얽힌 공상과학적인 영화는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드라마틱하고 애절하며, 감성적인 영상이다.


벤자민 버튼은 80대의 노인의 모습으로 태어난다. 그리고 그는 하루하루 살면서 점점 나이가 젊어진다. 그런 그에게 데이지는 너무나도 순수하고 아름다운 소녀였다. 60대의 나이가 되어 있는 벤자민과 6살의 데이지의 만남은 어쩌면 운명적으로 엇갈리는 시간을 이미 예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서로의 감정들을 뒤로하고 벤자민과 데이지는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다가 결국 둘의 나이가 비슷해지는 시기에 다시 만나게 된다. 이 한 순간을 위해 그토록 오랜 세월을 기다렸다는 듯이 두 사람은 뜨거운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그것도 한 순간, 벤자민은 다시 데이지의 옆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젠 너무 어려진 벤자민의 모습을 발견한 나이가 들어버린 데이지는 그의 최후를 지켜본다.



 

두 사람의 시간은 반대로 흐른다. 결국 둘 사이의 접점은 정말 일순간에 불과하다. 서로 나란히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엇갈리는 운명에서 교차점을 찾기는 어렵다. 그 순간에 둘의 사랑은 그 누구보다도 뜨거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간이 그들에게 가르쳐 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아무리 짧은 순간이라 하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사랑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랑은 아무리 순간이라 하더라도 진실했기에 그토록 오랫동안 잔상을 남기고 기억되는 것이다.

이 작품이 가지는 독특한 시간에 대한 설정은, 오히려 사랑에 대한 감정을 더욱 부각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더군다나 인간이 닥친 현실이나 처한 상황에 대한 이유가 아니라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라는 점에 더욱 힘이 실린다. 그들의 사랑은 서로 짧게 끝날 것을 당연히 알지만 결코 식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 하나의 작품이 또 있다.

선로 위에서 나 돌아갈래!”를 외치던 한 남자를 기억하는가? 그 남자는 그 외침 이후로 과거로 거슬러간다. 선로를 따라 거꾸로 가는 기차의 모습, 그리고 거슬러 올라간 이후 그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 바로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이다.

이 작품은 시간을 재해석한 것은 아니다. 그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한 남자의 삶이 어떠했는지 무덤덤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왜 그가 영화의 맨 처음 시작에 그렇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가 어떤 계기를 겪어 그런 성격을 가지게 되었는지 영화는 아무런 장치 없이 보여주기만 한다. 그리고 해석은 오로지 관객의 몫이다.



 

여기서 시간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타임머신 같은 존재가 아니다. 그저 그가 겪어온 주마등 같은 기억의 파편일 뿐이다. 그러나 그 파편이 한국 현대사에서 너무나 강렬한 순간순간에 존재한다는 것이 그를 바꾼 이유일 것이다.

이 영화는 역사가, 그리고 사회가, 한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순수하고 깨끗했던 한 남자가, 험난한 현대사 속에서 변화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결국 역사라는 시간의 쌓임이 주는 무게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밖에 없다. 나 또한 결코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제껏 시간이 가지는 개념, 그리고 시간이 표현되는 방법들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우리는 시간을 잘 이해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아직 시간은 우리가 이해하기에 너무나도 복잡하고 오묘한 세계임에는 분명하다. 또한 꽤 재미있는 소재임에도 분명하다. 과학도, 판타지도 가능한 것이 바로 시간의 세계이다.

시간이 주는 그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 그리고 기발함에 좀 더 시선을 던진다면, 더 재미있고 의미있는 스토리들이 나타날 것이다. 이제 시계를 들여다보고 초침이 가는 것을 눈 여겨보자. 어느 순간 그 초침이 멈추게 되면 전개될 세상이 어떨지 상상해보자. 모든 것의 시작은 바로 상상에서 시작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