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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Doctor/Movie

KINO(양철호)의 영화-넷플릭스 애니메이션 블레임

by 양철호 2017. 10. 13.

 

도시가 있다.

기계들이 지배하는 도시.

사람들은 거주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간주되어 철저하게 배제당한다.

사람들은 햇볕도 들지 않는 건물들 속에서 먹을 것을 찾기 위해 힘겹게 살아간다.

아이들은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진흙을 찾기 위해 도시로 숨어들지만 발각되어 기계들에게 쫓기게 된다.

그때 누군가 나타나 아이들을 구해준다.

그는 기계에 접속할 수 있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을 찾는 중이었다.

그리고 기계의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존재를 찾아내 기계의 네트워크에 접속한다.

 

보기에도 전형적인 디스토피아의 세계.

인간은 베재되고 그토록 자주 언급되던 기계들의 지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설정으로 보이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으로 다른 것이 있다.

기계들은 인공지능에 의해 지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인간들을 의도적으로 유해하다고 판단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프로그램 상에서 베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네트워크에 접속한 상태에서 기게는 말한다.

자신들에게 접속할 수 있는 인간이 나타나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그래야 자신들의 움직임을 멈출 수 있다고.

이는 그토록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AI의 문제가 아니라 정말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인간에 의해 조종되는 맹목적인 프로그램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한다.

인간다운 인공지능이 인간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 된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단순한 인공지능에 의해 위험이 찾아오는 것이다.

 

자신에게 내려진 명령을 충실히 실행하는 것은 기계의 숙명이다.

더구나 인간에 의해 조종된다면 어떠한 도덕적인 문제도 기계에게 물을 수 없다.

결국 문제의 원인은 인간에게 있는 것이니까.

 

애니메이션은 일본 원작 만화를 베이스로 넷플릭스에서 만들었다.

작화와 퀄리티는 훌륭하며, 몰입감 있는 분위기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괜한 군더더기 없이 빠른 전개가 매력이다.

하지만 여전히 미스테리는 남는다.

왜 갑자기 인간이 기게에 대한 통제권을 잃게 되었는지, 기계에 접속할 수 있는 인간이 왜 갑자기 사라졌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오로지 작품 속에서는 그것이 무척 오래 전 이야기라는 것만 알려줄 뿐이다.

 

사람들을 도와준 존재 역시 프로그램 된 기계이며, 그 기계는 기계를 다시 통제할 수 있는 인간을 찾기 위한 프로그램이 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기계들끼리 서로 적대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의도적인 적대는 아니다. 단지 자신들의 프로그램 명령이 서로 맞서야 하는 프로그램 명령일 뿐이다.

 

어두운 분이기, 희망없는 세상에도 사람들은 살아간다.

어떤 인생의 목적을 지니고 살기 보다는 그저 살아간다는 것 밖에 보여주지 못한다.

하지만 어찌 보면 그것 자체가 생명의 근본적인 목적일 것이다.

인간 역시 살아가는 가장 기본적인 생명이 지녀야 할 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키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우리들 앞에 다가올 인공지능들.....

알파고를 두려워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말을 너무나도 잘 듣는 단순한 인공지능들이 더 두려운 존재가 되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