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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Doctor/Movie

KINO(양철호)의 영화-남한산성, 패배의 역사를 품으며

by 양철호 2017. 12. 12.

 

영화 남한산성은 김훈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 한 작품이다.

청의 침략. 인조는 남한산성으로 피신해 항전하지만 결국 청의 칸 앞에 머리를 숙인다는 이야기다.

철저하게 패배의 역사다.

임진왜란처럼 엄청난 피해 속에서도 승리를 이야기하는 것과는 다르다.

처음부터 압도적인 전력차 속에 시작된 전쟁. 그러면서도 상대를 업신여기고 오랑캐라고 하대하던 조선이 결국 머리를 조아리게 된 역사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의 완성도 보다는 흥행면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조금은 아쉽다.

이런 영화도 봐두면 좋을 것 같은데....

 

인조는 광해를 몰아내고 왕이 되었다.

인조반정을 일으켜 왕이 된 자.

광해는 폭군이라는 오명을 썼지만 사실 당파사움에 휘말린 경향이 컸다.

균형외교를 지향했지만 결국 사대부들의 미움을 사게 되었고, 인조에 의해 쫓겨났다.

결국 사대부들의 이러한 시각은 고스란히 청의 미움을 사게 되었고, 청의 침략을 부추긴 꼴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사대부는 아무런 반성을 하지 않았다.

왠지 누구와 닮아있지 않나? 지금 우리의 모습에서도 온갖 문제로 사회를 이지경으로 만들어 놓고선 아무런 반성도 하지 않는 자들이 있지 않나.

 

남한선상에 갇힌 인조 앞에 두 충신이 나선다.

주화파와 척사파의 불꽃퇴는 논쟁이 이 시기에 나온 것이다.

주화파의 최명길, 그리고 척사파의 김상헌.

김상헌은 예의를 모르는 청이라며 멸시하고 그들 앞에 머리를 숙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작 사대부들은 성을 지키기 위해 온갖 고생하는 민초들에게 어떤 예의도 지키지 않는다.

김상헌이 해줄 수 있는 것은 고작 가마니를 올려 추위를 막아주는 것 정도.

하지만 영의정을 비롯해 대다수의 사대부들은 민초를 위해 자신들의 옷가지조차 내놓는 것을 거부한다. 그것이 사대부다. 그것이 성리학이고, 그것이 유교다.

안타깝게도 유교에서 주장하는 예의라는 것의 범주는 상당히 협소하게 느껴진다.

유교에서의 예의에 인간에 대한 예의는 포함되지 않는 것 같다.

 

결국 인조는 머리를 수그리게 된다.

세번 절하고 아홉번 머리를 조아리는 치욕을 당하게 된다.

이후로 그토록 사대부들이 칭송하던 명은 망하고 청이 중국의 주인이 된다.

역사는 그렇게 흘러간다.

강하던 것도 언젠가는 쇠하고 마는 것.

 

영화는, 아니 이야기는 철저하게 민초들의 처지를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얍삽한 사대부들의 모습도 보여준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김상헌과 최명길의 주장이다.

결국 승리아닌 승리는 최명길이 가져가게 되지만 과연 그것이 승리인지.

이 사건을 계기로 조선의 사대부들은 정신을 차리게 될 것인지는 모른다. 아니 요원해 보인다.

하지만 패배의 역사는 결국 기록되었고 그렇게 우리들에게 각인되어 남아있다.

 

문득 궁금해진다.

김상헌은 정말 계속 끝까지 싸워 모두 죽기를 바랬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