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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Doctor/Movie

KINO(양철호)의 영화-군함도, 실수는 처음부터 있었다.

by 양철호 2017. 12. 5.

 

일제강점기, 군함도라고 이름붙은 하시마 섬의 참혹한 이야기다.

탄광섬인 이 곳에 강제로 끌려온 조선인들의 참혹한 현실. 그리고 눈물 겨운 탈출을 다뤘다고 했다.

영화의 뚜껑이 열렸다.

대규모 물량공세, 엄청난 세트. 화려한 출연진이 버티고 선 이 영화는 실패와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하지만 정작 영화는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그리고 좌초하고 말았다.

 

일제강점기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은 하나다.

그것은 진지함이다.

물론 일제강점기를 다루는 영화는 모두 진지하기만 하고, 상업성은 고려하지 말아야 하냐고 되물을 수 있다. 결코 아니다.

암살이나 밀정이 상업성을 배제한 진지한 민족주의적인 영화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일제강점기를 대상으로도 화끈한 액션 영화를 만들 수 있고, 상업영화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일제강점기는 여전히 우리들에게 가슴아픈 역사의 하나이며,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일제강점기의 역사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아픈 상처다.

일본은 여전히 망언에, 전쟁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다시 군국주의의 부활을 노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어떤까.

친일파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후폭풍을 지금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독도가 일본땅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학자들도 존재한다.

이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군함도가 영화로 나오면서 관객들은 당연하게도 비극적이고, 진지한 내용을 생각했을 것

이다. 더구나 류승완 감독은 부당거래, 베테랑 등의 영화에서 사회 비판적인 색을 상업성에 잘 버무려 보여준 경력도 있었다. 그러니 시대물을 과연 어떻게 포장할 것인가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뚜꺼잉 열린 군함도는 배경을 일제강점기로 한 이유를 전혀 알 수 없는 작품이었다.

시대를 바꿔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이야기 구조였다.

이야기가 이상하냐고? 아니다. 잘 짜여진 이야기다.

문제는 이 이야기가 일제강점기와 어울리면서 어색해진 것이다.

차라리 상업영화를 표방하는 것이 더 나았을 텐데 영화는 애국 마케팅을 끌어안았다.

애국 마케팅은 무슨 경우라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

마치 영화적 완성도와는 떨어지게 마케팅으로 승부를 거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영화는 화려하다.

하지만 진지하지 못했다.

코믹 요소가 문제가 아니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웃기고 코믹했지만 그 안에는 삶과 가족에 대한 진지함이 묻어 있었다.

명작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진지함이 필요하다.

영화의 배경을 바라보는 따뜻한 진지함이. 군함도에는 그것이 부족하다.

어딜 돠도 진지함 보다는 이야기의 반전에만 매달린 듯한 느낌이다.

 

역사를 다루는 것은 힘들다.

어려운 작업이다.

류승완 감독이 군함도를 통해서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아마도 큰 경험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