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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Doctor/Movie

KINO(양철호)의 영화-공포영화 그 실화와 허구의 경계(4)-마지막

by 양철호 2017. 12. 1.

현실과 허구의 묘한 경계

 

기사가 한 건이 있었다. 그 기사에는 태국 지역 한 마을의 화재사건을 보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단순한 보도가 아니었다. 그 마을에 있는 한 여자에 대한 소개가 주된 내용이었다. 그 여자는 마을에서 마녀로 몰렸고, 불길한 재앙을 불러온다고 믿어져 왔다는 것이다. 그녀는 늘 불행을 예언했고, 그 예언은 틀리지 않았으며, 일반 사람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런 그녀가 큰 화재사건을 예고했고, 그 예고대로 화재가 일어나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하자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결국 젊은 나이게 세상을 떠나게 되고,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의 유일하게 온전한 장기를 기증했는데 그것이 바로 눈의 각막이었다고 한다.


 

 

이 기사는 태국의 공포영화 디 아이의 모티브가 된 신문 기사다. 태국의 어느 지역 신문에 실린 내용이라고 전해진다. 감독은 이 여자의 각막을 이식 받은 사람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를 상상했다고 전해진다. 영화는 전형적인 공포물의 방식을 따른다. 하지만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본다는 설정이 가져다 주는 공포는 의외로 크다. 영상은 누군가를 깜짝깜짝 놀라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흐릿한 실루엣에서부터 시작해 그 형체를 구체화시켜가는 정체 모를 것에 대한 불안감을 극대화시킨다. 태국의 공포영화가 갖는 두려움은 일본 호러 영화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영화는 허구다. 죽은 여자의 각막을 이식 받은 사람에 대한 기사는 어디에도 없고, 소식도 모른다. 결국 영화의 모든 내용은 감독의 상상에 의한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실재했던 사건을 그 출발점으로 하고 있다. 실화는 아닐지라도 오히려 더 섬뜩한 기분이 드는 것은 감독의 상상력이 실재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으로 관객들에게 전달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다른 작품으로 베니싱을 들 수 있다. 이 작품은 어둠에 의해 사람들이 사라진다는 다소 황당한 설정을 가진 영화다. 그런데 문제는 이 현상이 미스테리한 현상 중 하나로서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라는 점이다. 가장 유명한 것으로 두 가지 사건이 회자되는데 하나는 미국의 로어노크 섬의 사건이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로어노크로 이주한 사람들이 감쪽같이 사라지게 되는데, 어디로 이주한 흔적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또한 물건, 옷가지 등도 모두 그대로 놔두고 사라졌다. 마을 근처 나무에 의미를 알 수 없는 크로아톤이라는 단어만 새겨진 채 말이다.


 


두 번째 사건으로 캐나다 로키 산맥의 에스키모 마을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한 사냥꾼이 그 마을에 들어섰을 때 모든 것은 정상으로 보였다. 다만 사람이 한 명도 없었을 뿐이다. 음식도 그대로였고, 뜨개질하던 옷도 중간에 그대로였으며, 사냥 도구도 그대로였다. 썰매도 제자리에 있었으며 도무지 사람들이 어디론가 이주한 흔적이라는 찾을 수 없었다. 개들은 모두 굶어 죽어 있었다고 한다.

 

나중에 베니싱 현상에 대해서는 좀 더 자세하게 다루기로 하고, 어쨌든 이러한 현상들이 있었고, 이런 현상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베니싱이다. 공포적 완성도에 대한 것 보다는 어둠이 가져다 주는 분위기, 그리고 그 어둠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심리에 초점이 맞춰진 영화이다. 실화는 아니지만 실존했던 사건을 가지고 상상을 더해서 만들어진 영화에 대한 공포감은 어쩌면 실화라고 알려진 것보다 더 클지도 모른다. 그것이 바로 영화가 만들어내는 상상의 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