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tory Doctor/Book & Comics

양철호의 책 이야기-애크로이드 살인사건

by 양철호 2011. 8. 25.



어릴적, 뜬 눈으로 책장을 넘기며 읽던 책들이 있었다.
셜록 홈즈라는 이름이 대명사로 남은 추리소설.
어떨 땐 무릎을 치는 기가막힌 반전으로,
또 어떨 땐 혀를 내두를 정도의 뛰어난 추리력으로,
그리고 이 작품처럼 전혀 생각지도 못한 범인의 등장으로 인한 충격으로...

최고의 여류 추리소설작가로 이름을 날린 애거서 크리시티의 작품인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나는 지금도 최고의 추리소설로 이 작품과, 같은 작가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뽑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벨기에 탐정 포와로의 등장, 평범한 살인사건, 그리고 증거들. 시간에 의한 알리바이. 모든 것은 단순하고 명확해 보인다.
하지만 그 안에는 엄청난 반전이 내포되어 있다.
그리고 평단에 의해 비열하다고까지 듣게 된 최고의 반전이 이 소설 속에는 들어 있다. 아마도 영화 '식스센스'이 반전이 이 소설의 반전 모트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추리소설은 작가와 독자와의 두뇌싸움이라고 한다. 하지만 사실 독자는 작가를 이길 수 없다.
작가는 모든 것을 알고 글을 쓴 이후, 자신에게 불리한 것들을 감추고 지워 나간다.
독자는 작가가 감추고 지운 것들을 찾아야 하는 싸움이다. 결국 작가는 독자에게 통쾌한 승리를 얻고, 그 작품은 베스트셀러가 된다.

애거스 크리스티의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은 그때까지 생각할 수 없었던 최고의 반전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반전의 결말을 보고 나서야 독자는 스스로가 놓쳤던 수많은 소설 속의 장치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는 다시 책을 펼쳐들게 만드는 것이다.
결과를 모르고 보는 이야기와 결과를 알고 보는 이야기가 얼마나 다른지 확인시켜주는 작품이다.

추리소설은 한 번 읽고 덮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범인을 알아버리고 나서는 흥미를 잃어버린다.
하지만 범인을 알고 다시 한 번 읽으면 탐정이 범인을 추리해가는 과정과 증거를 선별하는 과정을 유심히 살펴보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만약 이 책을 읽었던 분이라면 다시 한 번 책장에서 꺼내 읽어보라. 새롭게 발견하는 사실들에 놀라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만약 읽지 않았던 분들이라면 인내심을 가지고 평범하기 그지 없는 이 추리소설을 끝까지 읽어보라. 그러면 마지막 반전이 이 소설을 전혀 평범하지 않은 소설로 바꾸어 놓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