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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Doctor/Book & Comics

양철호의 책 이야기-다빈치 코드

by 양철호 2011. 9. 26.



시온수도회, 장미십자회, 프리메이슨, 십자군 원정, 성당기사단 등...

전설과 설화는 역사를 타고 넘어 서로 버무러져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로 구성된다.
기호의 장난, 혹은 기호의 상징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가설의 세계로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성배의 정체는?
시온수도회의 정체는?
진짜 성배가 있는가?
진짜 다빈치는 자신의 작품 속에 그러한 상징들을 남겨 놓은 것인가? 등등
숱한 의문들을 남겨 놓은 채 작품은 끝을 맺는다.

사해문서의 발견과 도마 복음서 등의 발견이 이제는 공공연한 비밀이 되었다.
하가다, 에녹서 등 숱한 이본 성서들도 이제는 버젓이 서점의 진열장에 모습을 드러내 독자들에게 과거 다른 기독교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된 상황이 어쩌면 '다빈치 코드'같은 작품의 등장을 별다른 의심없이 받아들이게 만드는 하나의 중요한 배경이 아닌듯 싶다. 

무엇이 진실인지는 모른다.
성배가 진짜로 있는지. 그것이 시온수도회에 의해서 지켜지고 있는지..

그레이엄 헨콕은 10년을 넘게 성궤(타보트)를 찾으러 에루살렘과 이디오피아를 돌아다니지 않았던가. 그리고 그의 기록을 '신의 암호'라는 책으로 엮어 냈다.
진실은 모른다. 어딘가에 감추어져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영원히 소실되었을 수도 있다. 아니면 그저 상징화된 하나의 전설일 수도 있다.

소설로서, 베스트셀러로서 '다빈치 코드'는 빛을 발한다.
빠른 전개, 긴박한 사건들, 던져진 수수께끼들.
밀려오는 시간의 압박 속에 풀어야 하는 과제들.
그리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작품들과 인물들에 대한 재해석들.
흥미를 끌 요소는 충분하다.
그럼에도 이 작품에서 나는 어딘지 모르게 부족한 부분을 본다.
바로 움베르트 에코의 소설들에 보이는 풍부하고 철학적인 내용들이다.

어렵지만 너무나 풍부하고 다양하기에 그 깊이에 쉽게 빠져들기 힘들게 만드는 에코의 소설들.
난 그 소설들에게서 느꼈던 충격을 아직 잊을 수 없다.
'장미의 이름'과 '푸코의 추', '전날의 섬'.
왠지 다빈치 코드는 에코 소설의 아류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은 나만의 생각인지도 모른다.

왠지 내 컴퓨터에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
'타블로피아'라는 이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