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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막힌 세상 이야기

양철호의 이슈 파고들기-묻지마 폭행과 지하철 막말남

by 양철호 2011. 6. 29.



온통 인터넷이 시끄럽다. 아니 온 SNS가 시끌시끌하다. 얼굴도 모르는 남한테 폭행을 당해 코뼈가 부러진 대학생, 아기가 이쁘다는 이유로 만졌다가 아기 엄마에게 페트병으로 맞은 할머니, 젊은 사람에게 다리좀 치워달라고 말했다가 엄청난 욕을 들은 할아버지까지 온통 욕설에 폭력 투성이다. 문제는 도의나 도덕관념은 사라져버렸다는 것이다.

언론은 물론 인터넷도 이 논쟁에 뜨거운 기름을 계속 붓고 있다. 연일 동영상을 반복 재생하는 사이트, 언론은 같은 이슈를 계속 우려먹으며 헤이해진 도덕관념을 자꾸 상기시킨다. 네티즌들은 신상털기에 나섰고, 심지어 정보가 공개되었지만 당사자가 아니라고 결론이 나며 고발 운운하고 있다. 완전 난장판인 셈이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서 한가지 논란이 되는 시선이 있다. 바로 무뎌진 시민의식에 대한 언론의 시각이다. 언론은 연일 이런 일이 벌어질 때 주변의 시민들은 무엇을 했느냐고 묻는다. 시민들이 나서서 해결하는 것이 바로 성숙한 시민의식이 아니냐는 것이다.


뭐 틀린 말이다. 시민의식에 문제가 있다고 보여지기도 한다. 그런데 시민의식을 점점 사라지게 만든 주범이 무엇인지도 한 번 살펴봐야 한다.

싸움을 말리다가, 혹은 강도를 잡다가 흉기에 찔려 다치거나 숨진 의로운 시민들에 대한 기사가 종종 나온다. 사람들은 그 기사를 보며 당사자에 애도를 표하고 용감하다고 칭찬할지 모른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와 그 가족들이 겪을 고통을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의로운 일을 하려 하다가 피해를 입었지만 그 피해는 결국 그 가족들이 짊어져야 하는 것에 다름없다.

또한 싸움을 말리다가 싸움에 휘말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상대방이 공격을 해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법 체계는 우습게도 이런 경우 갑작스럽게 가해자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좋은 의도로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가 오히려 가해자가 되어 법적 책임까지 지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 막말남을 말리다가 싸움이 났다면? 그래서 막말남이 싸우는 도중 맞아서 다쳐싸면? 말리던 사람은 고스란히 폭행죄가 성립이 되는 꼴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이 나서서 무언가를 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아니 어쩌면이 아니라 당연할 수밖에 없다. 가해자에게만 온통 초점이 맞춰져 있고 피해자는 찬밥인 이런 시스템, 사건의 전개 과정보다는 결과에 의해 판단되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분 등이 정확하게 해결되지 않는 이상 의로운 시민은 앞으로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결국 가장 좋은 해결책은 경찰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하철 안의 경비를 강화하고 사복 순찰을 늘려 문제를 직접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사건의 해결 방법도 좀 더 유연하고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 이리저리 부르고 증언 받고, 조서 꾸미고 하다보면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시민들은 그런 시간적인 이유 때문에라도 경찰과 연관되기 싫어한다. 그러나 경찰은 지금 시위 막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결국 민생은 뒷전일 수밖에 없으니 뭐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꼴을 못보는 것이다. 갑갑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