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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거나 말거나

양철호의 세계의 미스테리-고대의 지도

by 양철호 2011. 7. 28.



1956, 미국의 한 지도제작자인 월터스는 터키의 해군 장교가 제공한 지도 하나를 본다. 그것은 고지도로 회교력 919, 서기로 1513년의 지도였다. 지도에 나와있는 지형은 오늘날의 모로코에서 코트디부아르에 이르는 북아프리카의 일부와 남미 전체를 나타낸 대서양의 지도였다.

 

지도는 사실 제작 년도로 보아 조잡할 정도로 부정확했던 당시의 지도와는 다르게 경도와 위도가 상당히 정교했으며, 믿을 수 없을 만큼 훌륭한 지도였다. 당시 가장 유명했던 중세의 지도에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연결되어 있기도 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 지도에는 수수께끼 같은 지형이 표시되어 있었다. 그 당시로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지형, 즉 남극대륙이었다. 남극 대륙은 공식적으로 1818년에 발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 이 지도의 제작자는 피리 레이스라는 터키 해적이었다. 그는 자신의 지도를 20여 개의 옛 지도를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콜럼버스가 만든 지도이고, 다른 것은 640년 아랍 침입군에 의해 파괴된 알렉산드리아의 큰 도서관의 것이라는 흥미있는 기록을 남겼다.

 

이 지도를 후에 손에 넣은 과학자 찰스 샙굿 교수는 1966년 지도를 연구하여 <고대 바다왕들의 지도>라는 책을 발간한다. 당시 이 책은 상당한 논란을 낳았다. 그의 글에는 지도에 보이는 남쪽의 대륙이 남극 대륙이며, 더군다나 얼음에 덮이기 전의 모습이라는 내용을 적고 있다. 문제는 그의 글이 그저 추론이 아니라는 점이다.

 

햅굿 교수는 중세 선원들이 항해안내서라고 칭하는 지도들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놀라운 사실이 발견된다. 중세의 항해안내서들이 지금의 지도만큼 정확하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콜럼버스에 의해 아메리카가 발견되기 전에 이미 쿠바가 표시된 지도도 존재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항해안내서가 고대의 지도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점도 주목할만했다.

 

남극 대륙이 얼음에 덮이기 이전에 해안선을 표시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점에도 신빙성을 둔 것은 1949년 노르웨이, 영국, 스웨덴이 합동으로 음파를 통해 얼음 밑의 육지 윤곽을 측정한 결과와 일치하기 때문이었다.

 

놀라운 것은 이 피리 레이스의 지도 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고대 지도들을 살펴보던 햅굿 교수는 1531년에 제작된 오른테우스 파나에우스의 지도를 찾아낸다. 그리고 그 지도에 남극이 표시되어 있다는 사실도 알아낸다. 무려 남극이 발견되기 3세기 전의 일이다. 더군다나 마치 공중에서 내려다본 것처럼 전체 남극의 형상을 나타낸 지도라는 점이었다.

 

물론 지도의 전체가 정확한 것은 아니다. 과장되거나 축소되거나 삭제된 곳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는 각각의 지도들을 병합하는 과정에서 오류마저 함께 반영되어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가능하다.

 

중요한 점은 어떻게 고대의 지도에 남극의 모습이 표시되었는가 하는 점이며, 어쩌면 고대에 이미 바다에서는 상당히 빈번한 국제적 왕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이다. 더불어 한 가지 더 추측해 본다면 남극 대륙에 얼음이 덮이기 시작한 것이 그리 오래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 지도 한 장이 주는 힘이 바로 햅굿 교수가 주장하는 지각 이동설을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홍수 설화를 조사하다 보면 묘하게 비슷한 시기에 홍수에 대한 이야기와 급격하게 추워져 빙하가 되는 설화가 동시에 존재한다. 이것이 과연 기후대의 급격한 변화에 대한 이야기뿐일까, 아니면 지각의 급격한 이동에 의한 것일까는 더 연구해 봐야 할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