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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Doctor/Movie

KINO의 영화 이야기-마스터, 이루지 못한, 그러나 이루어야 할.

by 양철호 2017. 2. 10.

 

조희팔이라는 인물이 있다.

이 인물은 의료기기업체를 차리고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미끼로 투자자를 끌여들여 피라미드 사기를 쳤다. 그 피해액만 4조원에 달하고 유사이래 최대의 사기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는 사기를 치고 중국으로 도주, 얼마 전 그의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사건이 종결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조희팔은 살아 있고 잘 살고 있다는 주장 역시 나오고 있다.

이 영화는 바로 조희팔 사건을 모티브로 삼고 있다.

 

 

이병헌에 강동원의 조합이라는 타이틀은 많은 사람들을 스크린 앞으로 불러들일 좋은 조건이다.

여기에 김우빈, 엄지원, 오달수 등의 조합까지.

영화는 사기꾼을 잡으려는 지능범죄팀의 활약을 보여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어정쩡한 영화가 되고 말았다.

사기의 수법이나 방법을 보여주는 영화도 아니고, 사기를 당한 사람들의 피해에 대한 영화도 아니다.

그렇다고 지능범죄팀이 어떤 기발한 작전으로 사기꾼을 잡는지에 대한 명쾌한 설명도 부족하다.

무언가 하나씩 부족한데 이것저것 다 들어가 있다.

마지막에는 인간적인 경찰의 모습까지 보여준다.

이런 경찰이 있으면 하고 바라던 모습. 하지만 그것은 인간적인 미덕일 수는 있지만 영화적 미덕까지는 아니다.

 

 

애석하게도 이 영화에서 개인적인 패착은 오히려 이병헌이다.

사기꾼 역할이 왠지 어색하다. 사기꾼으로서의 카리스마도 부족해 보이고, 그렇다고 치밀한 사기를 저지를 만큼의 약삭빠름도 보이지 않는다. 분명 설정상 눈치도 빠르고 머리도 좋다는 설정일 테지만 무언가 어색하다.

이제까지 이병헌이 보여주었던 색다른 연기의 하나로 치부할 수는 있지만 그런 면에서 보더라도 아쉽다.

강동원 역시 전형적인 정의파 경찰 이외에는 별다른 것이 없다.

강동원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개인적인 모습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 아쉽다.

 

영화는 사건을 따라가는 것만도 버거웠는지, 아니면 사건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는지는 모르지만 너무 사건만을 따라갔다.

결국 개개인이 왜 사건에 연루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별다르게 보여주지 않는다.

물론 보여주지 않고 사건에 집중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경우에는 오히려 개인적인 이야기를 철저하게 배제하는 것이 좋은데 어중간하게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집어 넣음으로써 어정쩡한 포지션의 캐릭터를 만들어버렸다.

사건의 명확한 해결이냐, 아니면 수조원대 사기사건에 내동댕이쳐진 인물들의 이야기냐를 결정하고 갔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에 의해 별 다섯개 만점에 세 개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