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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Doctor/Entertainment

KINO의 미디어 분석-충사, 아름다운 생명의 슬픈 이야기

by 양철호 2017. 1. 3.

 

충사.

한자로는 蟲師라 쓴다.

여기서 충, 즉 벌레는 곤충을 말하는 것이 아닌 일반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이형의 존재를 말한다.

그렇다고 유령이나 영혼도 아니며 보다 근원적인 생명에 가까운 것들이라고 설명한다.

본능에 따라 살아가는 벌레들을 다루는 자들이 바로 충사라고 하며,

주인공 깅코 역시 충사이다.

충사가 여행을 하며 벌레와 사람들 사이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바로 이 작품의 줄거리다.

 

충사가 확실히 독특한 것은 이야기의 주제다.

거창함을 포장하려 하지 않고, 아주 작은 삶의 이야기를 꾸밈 없이 풀어 놓는다.

하지만 그 담백함이 오히려 가슴 뭉클해지는 사연들로 점점 채워진다.

이 이야기에는 악이 없다.

벌레가 인간들에게 해를 끼치지만 그것은 의도된 것이 아니다.

벌레는 그저 벌레로서 살아갈 뿐이며, 인간 역시 마찬가지다.

인간의 욕망이 벌레와 만나 영향을 받는 것 뿐이라고 말한다.

 

 

이야기는 주로 전설이나 설화를 따온 듯 하다.

그리고 그 전설과 설화의 근원을 벌레라는 존재를 설정해 풀어 놓는다.

되는대로 이야기에 꿰어 맞춰 마구잡이로 설정한 것 같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일관된 주제를 풀어나가는 데에는 더 없이 적절한 설정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설정들을 이야기와 절묘하게 맞춰간다.

 

원작은 만화로 시작했으며

애니메이션은 2개의 시즌과 1개의 극장판(?)이 있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캐릭터 작화는 별로 뛰어나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작품을 지배하는 것은 바로 자연이다.

몽환적이면서도 디테일이 살아있는 자연에 대한 표현은 바로 이 작품의 백미다.

그리고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음악도 한 몫 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사연이 벌레와, 이야기와 어울리면서 삶에 대한 근본적인 이야기를 한다.

긴장감을 주면서 스펙터클한 장르는 아니지만 잔잔하면서도 여운과 울림이 있는 작품이다.

만약 보지 않았다면....

아니 보았더라도 오래 되었다면... 한 번쯤 더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느낌이 그때와는 또 다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시즌1의 오프닝 음악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