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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Doctor/Book & Comics

KINO(양철호)의 책 이야기-나에게는 '미움받을 용기'가 있나

by 양철호 2016. 10. 21.

친한 PD의 추천 및 선물로 '미움받을 용기'를 읽게 되었다.

최근에는 대화를 하는 형식으로 글을 쓰는 것이 보편화 된 듯 하다.

자서전도, 이론서도 대화하는 형식으로 저술하면 우선 읽는 이가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평론가 김현도 어릴 적 소설을 닥치는 대로 읽으며 지문은 지루해서 대사만 읽었더라고 회고한 적이 있는 것을 보면 대화야말로 가장 사람의 마음에 쉽게 다가오는 문장인 것 같다.

어쨌든 책을 읽으며 나는 분명 신선한 충격에 휩싸였다.

 

분명 이제껏 알고 있던 프로이트 심리학과는 전혀 다른 접근방식과 설명을 담고 있었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쉬운 언어로 설명한다고 소개되어 있다.

바로 이 책은 당대 프로이트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유명 심리학자 아들러의 심리학을 다루고 있다.

충격적인 주장이었다.

사람은 과거에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영향을 받는다.

즉 과거의 원인으로  인해 내가 어떠한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다.

쉽게 설명하면 프로이트식 심리학의 원인과 결과가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바뀐다.

즉 결과가 원인이 되고 원인이 결과가 된다.

 

프로이트는 원인에 의해 나타나는 것이 결과라고 정의하면

아들러는 결과를 얻기 위해 원인을 만들어낸다고 주장한다.

즉 우선순위가 바뀐다.

(이 설명이 맞자? 난 이렇게 이해했는데)

예를 들어 불우한 환경 덕분에 성격이 삐뚤어졌다고 주장한다면

아들러는 성격이 삐뚤어지기 위해서 불우한 환경을 핑계댄다고 말한다. 즉 삐뚤어진 성격을 가지고 싶어서 불우한 환경이라는 핑계를 덧씌운 것이다.

 

한가지 더 설명해보자.

한 친구가 잘못을 저질러 내가 그 친구에게 화를 냈다고 하자.

당연히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에 화를 냈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즉 잘못이 원인이고 그 결과로 화를 낸 것이다.

그러나 아들러는

화를 내기 위해서 친구의 잘못을 이유로 삼는 것이라고 말한다.

즉, 잘못을 저질렀어도 그것을 잘 타이르거나 원인을 제대로 분석할 수도 있었으나 화를 냈다는 것은 지금 화를 내고 싶어서라는 것이다.

 

신선하다.

이 주장대로라면 현재의 정치인들의 말도 안 되는 주장이나 언행이 얼핏 이해가 된다.

과거의 문제 때문에 지금 반론을 제기하거나 공격하는 것도 결국 공격하고 싶어서 과거의 문제를 가져다 붙이는 것이 되니까.

하지만 왠지 이 주장은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

솔직히 귀에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된다.

누군가의 모든 행동에는 당위성이 사라져버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책을 모두 읽고 나서도 나는 왠지 동감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종종 본다. 아니 본다기 보다는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만나기는 한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다. 현재만 산다. 현재가 가장 중요하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의 맥락도 어찌 보면 같은 것인지 모른다.

 

나는 아들러처럼 살기 어렵다.

우선 공감하지 못하니까.

과거에 얽매인다고는 하지 못하더라도 나는 과거를 늘 중요시한다.

과거로부터도 배운다.

그래서 현재가 중요하다고만은 못한다.

더우기 현대사에서 차지하는 과거의 역사를 봐도 무시하고 넘어갈 수 없다.

아딜러의 심리학은 앞으로도 나에게는 낯선 심리학에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