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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Doctor/Book & Comics

KINO(양철호)의 책 이야기-러브크래프트 전집, 그 우울한 상상력의 세계

by 양철호 2016. 11. 24.

 

여기에 상상력이 무엇인지 아주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이 있다.

그리고 그 상상력은 우울하다 못해 암욱하고 그로테스크하며 기괴하기까지 하다.

바로 HP 러브크래프트의 작품 세계다.

러브크래프트 전집이라는 이름으로 출판된 이 책들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나에게는 충격을 준 책들이 몇 가지 있다.

그 하나가 포우의 소설 진집인 우울과 몽상. 그리고 바로 이 러브크래프트 전집이다.

우울하고 기괴하며, 공포를 느끼기에 충분한 소재들과 이야기 구조를 지니고 있다.

외계인, 인류가 살기 이전에 지구를 지배하던 종족, 다른 존재들....

그야말로 신화와 전설이 상상과 결합된 모습으로 등장한다.

 

 

 

러브크래프트의 작품들이 1928년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니 그 상상력의 가치는 충분하다 하겠다.

물론 러브크래프트 본인에 대한 문제도 있긴 하다.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 등은 분명 그가 지닌 한계이기도 하나 당시의 시대상에서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러브크래프트의 상상력은 어딘지 모르게 포우의 상상력을 한 단계 더 기괴한 방향으로 발전시킨 모습이다. 미래적인 부분에서는 필립 K, 딕에 뒤지지만 기괴함에서는 충분히 앞서고도 남는다.

그가 자주 언급하는 실존하지 않는 책, 네크로노미콘에 대해서는 어쩌면 실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상상이 될 정도다.

 

그가 후세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위키를 찾아보면 알 수 있다. 허나 그런 것 다 제쳐두고 내가 받은 느낌은 영화에서 나타난다.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을 읽으며 느꼈던 것은 바로 존 카펜터의 괴물이었다. 남극기지에서 벌어지는 외계 생명체와의 사투가 문득 러브크래프트 소설 속에서 보였던 것이다.

호러나 오컬트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이 가지는 그로테스크함이 마음에 든다.

그리고 30년대, 40년대라는 시간적 한계를 넘어서 이런 상상을 해낼 수 있다는 것에 박수를 보낸다.

오컬트를 좋아한다면, 공포를 좋아한다면, 미지의 존재에 대한 상상력에 빠져보고 싶다면 이 작가를 추천한다. 단, 이 작가의 작품들이 20세기 초 중반의 작품이라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접하기 바란다.

포우가 천일야화라는 소설에서 잠수함, 구축함에 대한 이야기를 썼듯(포우는 19세기 사람이다) 시대적 상상력에 대해서 놀라움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