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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Doctor/Book & Comics

작가 이야기-이문열과 보수

by 양철호 2016. 12. 5.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열광했다.

그리고 대학 시절 '사람의 아들'에 충격을 받았다.

그의 작품은 그렇게 나에게 신선함을 던져주었었다. 그리고 안타깝게 그것이 전부였다.

무언가 어정쩡한 '영웅시대'부터 나는 그의 작품을 멀리하고 있었나 보다.

 

사실 문학계에도 보수는 상당히 많다.

지금 이야기 하고 있는 이문열, '칼의 노래'의 김훈, 복거일도 대표적인 보수다.

나는 그들이 보수적 신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보수가 지녀야 할 기본적인 가치, 즉 진짜 보수가 되기 위해서 가지고 있어야 할 개념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면 조금 달라진다.

최소한 문학을 하는 살람이라면, 그저 가십거리 글쟁이가 아닌 문학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최소한 문제의 본질은 꿰뚫고 있어야 했다.

 

'영웅시대'의 주인공 이동영(? 맞나? 기억이 가물가물)은 단지 전투 한 번의 경험과 부상을 통해 자신의 이념을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친다. 조정래의 태백산맥의 인물들과는 너무나도 다른 태도다. 이것이 나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변심인데 그런 태도를 작가 스스로도 지니고 있다.

이문열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이번 박근혜 대통령 사태로 인한 발언 때문이기도 하다.

거리고 백만명이 쏟아져나왔음에도 백만이 전체 국민이냐고 묻는 이 저열함에 분노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한 것이다.

최소한 그라면, 제대로 된 보수를 자처한다면 이런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거론했어야 한다.

 

보수는 질서를 중요시 한다.

즉 현 정권의 질서 유지도 하나의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개혁과 변화 보다는 질서와 유지가 더 중요하다.

이런 가치관일라면 최소한 헌정 질서,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를 파괴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질서 파괴의 책임을 물러야 한다.

그리고 책임에 대한 이야기도 했어야 했다.

거리고 백만명이 나섰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과연 이문열 본인이 모를까?

4.19와 87년 6월의 거리로 쏟아져나온 사람들이 과연 국민의 전체인가?

그러나 그것은 국민들의 뜻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런 의미를 모른 척, 폄하하는 것이 과연 보수가 할 일일까.

스스로 자신이 제대로 된 보수라고 한다면 이런 식의 발언은 삼가야 했다.

 

나는 안타깝다.

왜 우리에겐 제대로 된 보수가 없는지.

왜 진보가 보수의 역할마저, 보수가 외쳐야 할 가치마저 진보가 외쳐야 하는지 말이다.

그저 자신의 안위만, 그저 돈벌이에만 매달린 가짜 보수, 수구세력들만 넘치는 이 분위기가 걱정스럽다.

 

평론가 김현은

'문학은 배고픈 거지를 구하지 못한다.

그러나 문학은 배고픈 거지가 있다는 것을 추문으로 만들고

그래서 인간을 억누르는 억압의 정체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그것은 인간의 자기기만을 날카롭게 고발한다.'고 했다.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문학이 가져야 할 힘이다.

그리고 문학을 하는 작가들이 지녀야 할 고유한 신념이다.

그리고 그 가치는 보수든 진보든 함께 지니고 있어야 한다.

거짓에 속거나, 거짓을 옹호해서는 안 된다.

이문열은 스스로 쌓아올린 문학적 가치를 무너트리고 있다.

그래서 안타깝다.

어쩌면 이것은 문학계의 성추행과 더불어 또 다른 커다란 스캔들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