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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Doctor/Movie

KINO(양철호)의 영화 이이갸-내 아내의 모든 것

by 양철호 2012. 6. 4.

 

로맨틱 코미디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이 심상치 않은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선균, 임수정, 류승룡의 매력 넘치는 캐릭터는 과하다 싶지만 그런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그런 과함이 극의 생명을 더 불어 넣어주고 있다. 이런 것이 바로 캐릭터의 승리라고 하는 것이 아닐까.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뻔한 스토리 라인 때문에 고민을 했었다.

아내와 헤어지고 싶어하는 남자. 그래서 카사노바에게 아내를 유혹해 달라고 부탁하지만 나중에 아내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는 내용은 그야말로 뻔하지 않은가. 그래서 아마도 메이저 배급사에서 투자를 받지 못했을 수도 있다. 사실 영화 시작하면서 국내 굴지의 메이저 투자 배급사의 타이들이 등장하지 않는다. 결국 제작에 고생좀 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영화에 쇼박스, CJ, 롯데는 투자를 왜 하지 않았을까.

 

 

결국 활자로 보이는 코미디의 느낌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나 또한 컨셉이나 시나리오만 봤다면 거기서 거기인 영화라고 생각했을 테니까. 다만 한 가지 기대를 했던 것은 감독의 이름이었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을 너무 좋게 보았던 나로서는 그의 새 영화에 기대를 가져볼만 햇다. 그의 다른 작품도 그다지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다만 그의 영화는 조금은 진지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들이었떤 것에 반해 '내 아내의 모든 것'은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하고 나왔다. 그리고 성공했다. 나중에 조금 진지해지는 경향은 있지만 뭐 그것도 그렇게 나쁘지 않은 선택이기는 했다.

 

 

이 영화는 뻔한 주제와 내용과 소재를 정말이지 캐릭터로 이겨낸 작품이다.

모든 캐릭터는 극단적이다.

하루 종일 수다를 쏟아내는 정인은 겉으로 보이는 외모와 이미지와는 달리 집에서는 그야말로 아무도 못 말리는 캐릭터다. 옷을 아무데나 벗어던지고, 식탁에 음식 올려 놓는 것에는 에민하지만 그것을 아무렇게나 바닥에 버리는 것은 괜찮다. 나중에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나오지만 사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조금 억지가 보인다.

어수룩하기만 한 두현은 아내의 잔소리가 정말 싫지만 이혼하자는 말조차 꺼내지 못한다. 압권은 아내의 행동에 그야말로 "왜?? 나한테 도대체 왜 그래?"만 연발하는 그의 모습이 왠지 그다지 낯설지 않다는 것이다.

카사노바 류승룡은 그야말로 코믹을 위한 캐릭터. 그러나 그렇다고 웃기려고 작정한 것은 아니다. 진지하기기도 하고 사랑에 대한 정확한 철학도 가지고 있는 인물이기에 오히려 그의 행동이 더욱 재미있는 것은 아닐까.

 

 

이 세 명의 극단적인 캐릭터가 만들어가는 사연은 뻔한 이야기를 전혀 뻔하지 않게 포장한다. 느끼하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사도 류승룡의 입을 거쳐 나오면서 왠지 모르게 묘한 울림을 갖게 만들고, 어느 누가 보더라도 독하고 독설마왕인 임수정의 속마음이 나오면서 가슴이 뭉클해진다. 유일하게 이선균만 찌질해지는 분위기이다. 그래도 그는 정말 아내를 사랑하는 남자로 나오면서 여전히 뭇 여성들의 여심을 자극한다.

 

이 영화는 최소한, 뻔한 스토리도 어떻게 포장하고, 어떤 캐릭터로 승부하느냐에 의해 좋은 이야기가 만들어진다는 힘을 보여주었다. 이게 바로 캐릭터가 갖는 힘을 것이다. 개성이 있는 캐릭터는 뻔한 이야기도 뻔하지 않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것. 이게 바로 영화가 가지고 있는 의외성이면서도 재미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