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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Doctor/Movie

KINO(양철호)의 영화 이야기-엑소시스트의 소름끼치는 뒷 이야기

by 양철호 2012. 3. 13.

4대의 에어컨과 9번의 장례식


공포영화를 찍는 팀은 촬영장에서 귀신을 만나야 대박을 친다고 한다. 그래서 말도 안 되는 귀신 이야기를 만들어 에피소드로 공개하기도 하지만 너무 티가 나는 급조된 귀신 이야기에 실소를 머금을 때도 있다. 결국 공포영화의 성공은 영화 자체가 쥐고 있는 것이니까. 그냥 허접한 공포영화 찍어놓고는 아무 귀신 이야기나 가져다 붙이는 것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숨이 멎는 듯한 공포에 사로잡혔던 기억이 있다. 그야말로 공포영화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는 엑소시스트의 가장 무서운 비하인드스토리이기 때문이다.

이제 엑소시스트 촬영 이야기 속으로 속으로 들어가 보자.

엑소시스트에서 악마에 들린 아이의 엄마 역으로 출연했던 엘렌 버스턴은 대본에서 한 줄의 대사를 지우는 조건으로 출연을 결정했다. 그 대사는 바로 “나는 악마의 존재를 믿어요!”였다. 기독교 국가에서 기독교인으로 살아온 이유일까? 아니면 이 영화가 가지는 공포감에 짓눌려서일까? 이유는 모르지만 어쨌든 대사는 삭제되고 영화에 출연하게 된다.

엑소시스트는 놀라운 집중력이 필요한 영화였다. 실제 공포감이 지배하는 것처럼 촬영을 하고 싶었던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은 실제 촬영장에서 배우들의 집중력을 환기하기 위해 현장에서 총을 쏘기도 했다고 한다. 실탄이 장전되지 않은 총이었지만 분명 공포감을 조성하는 데는 효과적이었을 것 같다. 또한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계단 밑에 떨어져 죽은 카라스 신부(제이슨 밀러)를 축성하는 신부 역 배우에게는, 한 차례 따귀를 때리기도 했다. 이런 감독의 집요함으로 영화는 최고의 공포영화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악마에 들린 아이인 리건(린다 블레어)의 방에는 늘 4대의 에어컨이 가동되었다. 바로 악마의 입김을 실감나게 찍기 위해서였다. 기온은 무려 영하 30도. 이 추위에 린다 블레어는 얇은 가운만 입고 촬영을 했고, 추워서 못 견디겠다고 말하곤 했다. 습기가 많던 어느 날에는 세트에 눈이 내리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마치 마술처럼, 아니 영화처럼 끔찍한 일들이 벌어진다.

영화 촬영 기간 동안 배우, 혹은 스탭과 관련된 9명의 사람들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크랭크인 하자마자 첫 주에 벌써 이상한 조짐이 일기 시작했다. 린다 블레어의 할아버지와 막스 폰 시도의 형제 중 한명이 죽은 것이다. 막스 폰 시도가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스웨덴에 가야했기 때문에 촬영이 지연되기도 했다.

가장 불길했던 죽음은 배우 잭 맥고런(버크 데닝스 역)의 죽음이었다. 영화 속에서 리건의 창 밖으로 떨어져 머리가 180도 돌아가 처참하게 죽는 버크 데닝스. 버크의 죽음을 다룬 장면을 찍고 1주일 후 맥고런은 숨을 거두었다. 사탄이 힘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라고 사람들은 수군대었다고 한다.

영화는 만들어졌고 대성공을 거두었다. 지금까지 회자되는 가장 공포스러운 영화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과연 이 성공은 영화의 완성도에만 의지된 것일까? 아니면 영화에 진정 악마의 기운이 깃든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