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tory Doctor/Movie

KINO(양철호)의 영화 이야기 - 연가시 : 집단적 공포에 대한 불안

by 양철호 2012. 7. 23.

[연가시]- 집단적 공포에 대한 불안

 

 

 

지금 가장 핫한 뉴스는 다름아닌 '배트맨 다크나이트 '라이즈'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뒤늦게 이 연가시를 접했다. 한창 흥행몰이를 하고 나서, 그것도 거미인간을 개봉 첫주에 눌렀다는 놀라운 기사를 접하고 나서도 한참을 지나서 극장을 향했다. 별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왠지 기대감을 배반당할 것 같은 기분 때문이었다.

 

그렇게 스크린에서 쏟아내는 영상에 나는 몰입하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지극히 단순하다. 변종 연가시에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원인이 밝혀지고, 그 원인을 퇴치하기 위한 사람들의 눈물겨운 사투가 벌어진다. 가족을 살리기 위한 가장의 노력. 그러나 그 배후에 드러나는 음모.

 

영화가 끝나고 누군가 물었다. 정말 돈 때문에 저럴 수 있을까? 단지 돈 때문에 저런 짓을 할 수 있는 것일까? 나는 대답한다. 돈과 권력을 위해서라면 사람은 무슨 짓이든 한다고. 인류의 역사에서 학실은 언제나 권력, 그리고 돈에 얽혀있다. 결국 인간은 매번 똑같은 역사적 과오를 되풀이하는 존재인 것이다. 실제로도 영화로도.

 

 

 

연가시가 실제로 영화와 같은 변종을 일으킬 수 있는지, 사람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기사들이 심심치않게 나오는 것을 보면 분명 이 영화가 가져다 준 충격은 작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서 간과된 것은 왠지 돈을 위해 무슨 짓이든지 저지를 수 있는 인간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정말 허황되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오히려 내 눈에는 연가시의 공포 보다는 공포에 내몰린 인간의 행동, 그리고 그 공포를 조장해 금전적 이익을 얻으려는 자들의 횡포가 더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더욱 그것이 리얼해 보인다. 내 생각이 비약일까?

 

 

연가시가 실제로 사람에게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점은 이런 장르 영화가 국내에서 성공했다는 것이다. 영화를 하는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반가울 수밖에.

 

배우들의 연기는 볼만하다. 김명민이야 말을 해서 무엇하랴. 그의 연기는 연기인지 실제인지 구분이 안 간다. 그야말로 자연스러운 리얼함의 결정이라고 보여진다. 다만 그 주변 배우들, 이하늬의 전문가답지 않은 표정과 대사처리와 김동완의 아무런 이유도 없는 신경질적인 연기가 눈에 거슬리기는 하지만 괜히 오버하는 연기 보다는 훨씬 낫다. 문정희도 아이 엄마로서의 연기를 충실히 보여준다.

 

 

영화를 보는 내내 다른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 영상은 징그러운 연가시의 꿈틀거리는 모습이라고 한다. 특히 욕자 안에서 사람의 살을 뚫고 나와 꿈틀거리는 연가시의 모습은 충격 그차제다. 하지만 나의 눈에는 강물, 개울 위에 둥둥 떠다니는 시체들의 모습이 더욱 충격적이다.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인재. 대부분의 재난이 인재이듯 이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재난도 바로 인재이다.

 

 

고달픈 가장이 가족을 위해 고군분투 한다는 점에서 왠지 이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을 떠올리게 한다.

 

어찌 되었든 이 영화는 이제 김명민의 최고 흥행작이 되었다. 그의 필로그패피에서 중요한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 영화 연가시. 앞으로 이런 류의 새로운 장르, 새로운 도전을 하는 작품들이 더욱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