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양철호
스토리 파고들기, 문학, 영화를 비롯한 온갖 미디어, 그리고 세상 사는 이야기까지 다양하고 재미있는 스토리들을 찾아 소개하고, 분석하고, 뜯어고치는 곳. 세상을 향해 일갈하기도 하고, 가슴 따뜻한 이야기와도 만날 수 있는 곳.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Notice

2018. 6. 1. 08:00 Story Doctor/Movie


넷플릭스의 새로운 영화 서던리치 소멸의 땅이 공개되었다.

아니, 공개된 지 한참이 지났지. 그걸 이제서야 보게 된 거고.......

스토리는 운석이 떨어진 곳에 이상현상이 일어나고, 그 곳을 탐사하러 떠난 탐사대는 한 명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다섯 명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탐사팀이 이상현상이 있는 곳을 탐사한다는 내용. 

얼핏 보면 심플해 보이기도 하고, 자주 봐왔던 이야기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내용으로 들어가면 결코 단순하지만은 않은 복선과 설정들로 가득하다.



우선 출연배우 면면은 화려하다.

'부르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던 제니퍼 제이슨 리. 

여전히 왕성환 활동을 하고 있는 나탈리 포트만,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발키리로 출연했던 테사 톰슨. 

거기에 '닥터 스트레인지'의 웡, 마르코 폴로에서 쿠빌라이 칸을 연기했던 베네딕트 웡까지. 

이 배우들의 조합으로 영화는 연기에 대해선 최상의 조합을 보여준다. 

난 이 영화를 보면서 두 가지가 떠올랐다.

하나는 에이미 아담스, 제레미 레너가 출연하고 드뇌 빌뇌브가 연출한 컨택트였다.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의 시작과 사연을 깊이 간직하고 있는 인물들의 출연은 왠지 모르게 닮아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바로 체르노빌이다.

서던치리에 들어가서 보이는 것들은 유전자가 붕괴되어 혼합된 생태계의 모습이다. 

사람이 하나도 없는 죽어버린 땅. 

유전자가 변형되어 버린 죽음의 땅. 

서던리치의 모습에서 체르노빌을 보게 된 것은 나의 과대망상일까? 



상어의 이빨을 가진 악어. 

여러 다른 종류의 꽃을 피우는 나무,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거대 맹수, 

나뭇가지를 뿔 대신 가진 사슴,

그리고 사람 모양으로 자라는 식물들이다.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일까? 그리고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일까?

영화는 이유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상과 이유 대신에 서던치리에 들어간 사람들의 심리에 초점을 맞춘다. 

군인들도 실패한 서던리치 탐색을 여자들로 구성된 과학자들이 탐험한다.

그 중에는 현실로 돌아가야 할 이유가 없는 사람도 있으며, 서던리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말 알아야만 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모두 하나씩 희생되고 죽어간다.

등대에 도착해 정체불명의 생명체를 보게 된 주인공.

그리고 주인공 역시 과거의 자신과는 지금의 자신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변한 것일까. 

변했다면 과거의 자신과는 전혀 다른 존재인 것일까?

외형과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데. 



영화의 원제는 '전멸'이다.

말 그대로 서던리치 현상이 일어나는 구역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세상을 뒤덮는다면 지금의 세상은 사라져버릴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전멸을 말하는 것일까?

서던리치 안에서 유전자는 서로 섞이고 재구성된다. 지금의 생명체는 전멸이 될지 몰라도 새로운 생명체는 태어날 것이다.

그것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과학자들은 진화가 좋은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진화란 제멋대로라고.

어쩌면 서던리치에서 일어나는 일 역시 외계의 개입에 의한 진화는 아닐까. 


영화에서 유일한 생존자인 나탈리 포트만을 심문한 학자들은 이 모든 사건이 외계의 생명체의 소행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싶어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생존자인 주인공은 외계 생명체가 어떤 의도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한다. 아니 의도라는 것이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생명은 어떤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앞으로 나아갈 뿐인 것은 아닐까.


영화의 첫 장면이 떠오른다.

생물학자인 주인공은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세포의 분열을 보여준다.

세포들은 어떤 의도를 가지고 분열을 할까?

아니면 그저 분열을 하는 것일까?

우리의 의도대로 되는 세상이 과연 있는 한 걸까?

아니면 의도는 가지고 있지만 그냥 살아가는 것일까?


원작 소설은 두 권의 내용을 더 남겨두고 있다.

경계기관, 빛의 세계다. 

이 두 편이 계속 영화화되어 나오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책이라도 사서 봐야겠다.

posted by 양철호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