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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Doctor/Entertainment

kINO(양철호)의 미디-바람의 검심 추억편 명대사

by 양철호 2018. 6. 11.

일본 애니메이션인 바람의 검심은 일본의 막부 말기, 메이지 유신 초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 당시의 서구 문명의 유입, 그리고 일본 내부의 어지러운 사회 상황과 잘 드러나 있다. 이야기는 막부 말에 활동했던 유신지사와 신선조의 대립 등을 토대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변화하는 일본 내부의 모습을 그려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만화적인 상상력 또한 가미되어 화려함을 자랑하고 있다.

주인공은 켄신은 유신지사로 활동하면서 막부 요인 암살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인물, 결국 그것은 막부쪽 검객 신선조와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을 가져오게 된다. 살수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깨닫게 된 켄신은 메이지유신 이후 살수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역날검을 사용하며 사람을 살리는 활검을 구추하게 된다.

다양하고 개성있는 캐릭터와 현실같지 않은 검술의 화려함은 이야기의 진지함을 가끔은 우스꽝스럽게 만들기도 하지만 지금 소개하는 '추억편'이라는 OVA에서만큼은 보이지 않는다. 살수로서 살아야 하는 주인공 켄신. 그리고 그의 얼굴에 새겨진 십자 모양의 흉터가 생긴 이유, 그리고 과거의 추억. 자신이 활검을 사용하게 된 사연 등이 들어 있는 이 작품은 가히 문제작이라고 해도 좋을 작품이다.

나는 이 작품을 보면서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다. 이는 어쩌면 이 작품이 추구하는 내용이기도 할 것이다. 즉 켄신이 후에 활검을 사용하게 되는 이유의 배경이 되기도 하는 이 대사는 아직도 내 머리 속에 꽤 깊이 남아 있으며, 애니메이션 명대사의 베스트에 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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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1)
어릴 적의 켄신. 아직 켄신이란 이름을 얻기 전 그의 이름은 신타였다.
신타는 인신 매매범에 붙잡혀 끌려 가고 있었다. 그러나 산적이 그들을 덮쳤고, 산적은 모두를 죽이고 물건을 빼앗으려 한다. 마지막 남은 어린 신타마저 죽이려 하는 산적들을 마침 지나가던 비천어검류의 전승자 세이쥬로가 구해주고는 돌아선다.
그러나 죽은 자들을 묻어주는 일이라도 해야 하겠기에 다시 돌아온 세이주로는 산적을 포함해 죽은 모든 이를 묻어준 아이를 보게 된다. 그 이후에 세이쥬로와 신타가 나눈 대화이다.


세이쥬로 : 나는 하코 세이쥬로, 검을 약간 한다.

신타 : 검.

세이쥬로 : 꼬마. 너는 둘도 없는 소중한 것을 지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 세 명의 목숨도 맡았다. 너의 그 작은 손은 그 시체의 무거움을 안다. 하지만 맡겨진 목숨의 무게는 그에 비할 바가 아니다. 너는 그것을 짊어지고 말았다. 스스로를 갈고 닦아 사람을 지킬 수 있는 힘을 가져라. 네가 살아 나가기 위해, 소중한 것을 지켜내기 위해.

신타 : 지켜내기 위해.

세이쥬로 : 꼬마 이름은?

신타 : 신타.

세이쥬로 : 너무 부드러워서 검객에겐 어울리지 않는구나. 네 이름은 지금부터 켄신이다.

신타 : 켄.. 신…





(장면2)
히무로 켄신이란 이름을 받고 세이쥬로 밑에서 비천어검류를 연마하던 켄신.
그는 세상이 흉폭해지고 사람들이 고통 는 것을 더 이상 보지 못해 스승에게 세상으로 내려가겠다고 한다. 하지만 세이쥬로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 둘의 대화이다.


세이쥬로 : 산을 내려가는 허락 못해!

켄신 : 스승님! 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동란에 휘말려 죽어가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말로 이 힘을, 어검류를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쓸 때가 아닐까요.

세이쥬로 : 이 바보 제자가! 그 동란의 세상에 네가 혼자 나가서 어쩌겠다는 것이냐! 이 난세를 바꾸고 싶으면 어느 한 쪽의 체제에 가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은 즉, 권력에 이용된다는 것이다. 나는 그런 것을 위해서 너에게 어검류를 가르친 것이 아니야. 너는 밖의 일 따위에는 신경 쓰지 말고 수행에 전념하면 돼.

켄신 : 눈 앞의 사람들이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슬퍼하고 있습니다. 그걸 내버려두다니 전 그럴 수 없습니다.

세이쥬로 : 비천어검류는 비길 데 없는 최강의 유파. 비유하자면 육지의 검은 배(서양의 군함).

켄신 : 그러니까 그 힘을 지금이야말로 써야죠! 시대의 고난으로부터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그것이 어검류의…

세이쥬로 : 검은 흉기, 검술은 살인술! 어떠한 미사여구로 치장해도 그것이 진실! 사람을 지키기 위해 사람을 벤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사람을 죽인다. 그것이 검술의 진정한 이치. 나는 너를 구해줬을 때처럼 몇 백명의 악당들을 베어 죽여왔다. 허나 그들도 역시 인간. 이 삭막한 시대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던 것에 지나지 않아. 이 산을 한발짝 나가면 기다리고 있는 것은 각각의 양립될 수 없는 정의에 조종당한 끝도 없는 살인뿐. 그것에 몸을 던지면 어검류를 너를 대량살인자로 만들고 말 것이다.

켄신 : 그래도.. 저는…이 힘으로 괴로워 하는 사람들을 구하고 싶습니다. 한 명이라도 많은 사람을 많은 목숨을 이 손으로 지키고 싶습니다. 그 때문에…스승님!

세이쥬로 : 너 같은 바보는 이제 모른다. 어디로 가든 얼른 꺼저버려!

켄신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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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쥬로의 대사는 검이 가지는 의미뿐만 아니라 세상의 대립이 가져오는 현실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있다. 바람의 검심은 바로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