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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Doctor/Book & Comics

KINO(양철호)의 책 이야기-멍청한 백인들

by 양철호 2011. 12. 26.



'로저와 나', '볼링 포 컬럼바인', '식코', '화씨 911' 등의 굵직한 소재를 풍자적이고 재미있게 풀어낸 영화 감독이 있다. 바로 마이클 무어. 그의 초창기 책인 '멍청한 백인들'에는 예의 그 화려한 입담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그의 영화나 화법은 사실 치밀한 다큐멘터리 식의 증거를 찾아 증명하는 것과는 거리가 조금 있다. 오히려 선동적이고 직설적이다. 그리고 그의 책에서도 그런 경향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유머와 사회 현상을 적절히 섞는 기술, 그러면서도 주제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잃지 않는다. 그가 선동가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으면 어떤가, 또 그의 책이 좀 선동적이면 어떤가. 그의 글에는 최소한 부조리하다고 느껴지는 것에 대한 관심이 있다. 그리고 그 관심을 세상을 향해 유쾌하게 쏟아낸다. 이 마이클 무어의 활동이 나는 꼼수다와 겹치는 것은 그런 느낌이라서인지도 모른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부시 대통령을 향해 '당신은 부꾸러운 줄 아시오'라고 외치는 그의 당당함, 그리고 당돌함에 누가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책에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많이 등장한다.
한 가지 예를 들면 부시 대통령이 초등학교 시절 가장 감명깊게 읽었던 책을 '춤추는 애벌레'라고 말한 적이 있다. 마이클 무어는 이 책이 공식적으로 출판된 시기가 부시 대통령이 대학 졸업반일 때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마냥 웃으며 즐거워할 수는 없다.
나는 꼼수다를 들으며 마냥 즐거워할 수만은 없는 것과 같은 심정이다. 마이클 무어의 책에는 감춰진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이 담겨 있다. 세상을 지배하는 세력들이 가지고 있는 꼼수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 꼼수가 드러날 때 사람들은 분노한다. 재미있고 웃기는 내용의 책이지만 그 책을 읽으면서 드는 것은 바로 분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