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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Doctor/Book & Comics

KINO(양철호)의 책 이야기-조국현상을 말한다

by 양철호 2011. 12. 12.



이름이 강렬한 한 인물이 있다.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인 이 인물의 등장에 시민사회는 물론 야권은 나름 상당히 고무받았었다.
오세훈을 능가하는 외모, 서울대 법대 교수라는 스팩, 그리고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목소리. 그야말로 최적의 삼종세트를 갖추고 있는 인물이었다. 오세훈이 가지고 있던 강점이던 여성의 표를 가져올 수도 있는 인물이었으며, 그는 과거 사노맹 사건으로 옥고까지 치른 과거 전력이 있었다. 그야말로 어려운 시기에 등장한 한 줄기 빛과도 같은 인물로 평가받았다.

그에 대한 평가는 물론 새로운 분석이 쏟아져나온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런 기대감에 부응하듯 조국 교수는 책을 한 권 냈다. 바로 '진보집권플랜'. 하지만 이후에 그의 이미지는 조금씩 조금씩 그 존재감을 감추더니 이제는 얼마 전의 뜨겁게 달아오르던 관심에서는 조금 비껴나 있다.(단 아직 그는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다만 일반인이 보기에는 아직 그의 활동이 여타 인물들에 비해서 잦아든것처럼 보인다는 의견이다) 어찌보면 오히려 이게 더 자연스러울텐데 나름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나 보다.

김어준은 조국때문에 시작했던 일이라면서 진보집권플랜B를 논한다. 바로 그것이 '닥치고 정치'의 시작이었다. MB로 인해 생긴 박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조국의 등장에 고무되었다고 밝혔던 그는, 그러나 조국 만으로는 안 되었던지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그래서 주장한 것이 바로 진보집권블랜 B. 조국 교수의 진보집권플랜에 실망감인지 아니면 아쉬움인지 모를 뉘앙스를 풍기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 이전에 김용민이 '조국현상을 말한다'라는 책을 통해 조국과 그리고 새로운 집권 플랜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이 책은 나는 꼼수다의 영향을 받아 최근까지 무fu 18쇄나 찍어내는 기염을 토하면서 김용민이 이제껏 낸 책 중 가장 히트한 책으로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김용민은 책에서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르게 주장한다. 그는 2012년 진보가 집권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한다. 그는 진보가 잘못되어서, 나쁘기 때문에 집권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얼마 전 나는 꼼수다에서 한 에피소드를 공개하기도 했다. 보수 단체에서 부제만 보고 자신을 강사로 초빙하려 했다는 것이다. 무척 웃긴 일이긴 했지만 책의 내용을 모르면 그런 오해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책을 집어 들었다.

책의 내용은 간단했다. 이제껏 한나라당은 자신들이 철저하게 불리한 상황에서 집권을 해본적이 없다는 주장을 김용민은 편다. 즉 소통이라는 것을 모르는 상황 속에서만 정치를 했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잠깐의 여소 야대도 결국 삼당합당이라는 것에 희생양이 되어버리고 말았으니까.

또한 현 정권이 저질러 놓은 수많은 문제들을 처리해야 하는 일이 남아 있다고 말한다. 즉 정권을 잡으면 산적해 있는 그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4대강부터 시작된 온갖 국책 사업과 비리들을 모두 처리하고, 만신창이가 된 경제 문제를 되돌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이 들어갈까. 김용민은 이것에 관해 정권을 잡은 시간 전부를 써도 힘들 거라고 말한다. 즉 파탄난 경제를 책임지기 위해 동분서주하다 집권이 끝나고, 이런 것을 무기삼아 보수세력이 다시 집권할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즉 집권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그것이 지금은 너무 촉박하다는 것을 김용민은 말한다. 이런 우려를 가질만도 하다. 김대중, 노무현으로 이어진 진보의 집권기에 보수는 자신들의 실수로 야기된 경제 문제마저도 진보의 문제로 공격해 MB로 인한 재집권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그는 조국의 키워드와 맞는다. 조극이 '진보집권플랜'을 쓴 이유는 이제 정권을 되찾아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집권을 하게 될 때의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바로 김용민도 이 부분에서 맥락을 같이 한다. 다만 그것이 2012년이 아니라 2017년이라는 주장이다. 보수가 이번에 집권을 해도 MB와 같은 기조로 정권을 끌고 나갈 수 없다는 점, 그것은 이제껏 국민들이 치를 떨면서 봐왔다는 점을 든다. 즉 여소야대가 구성이 되어 정부가 어쩔 수 없이 대화를 통해 정치를 해야 하는 상황이 와서 그들에게도 대화라는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의 결과가 어찌 나올지는 모르지만 분명 이전 총선처럼 여권이 압승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어쩌면 여권의 참패로 끝날 확률이 많아졌다. 지금의 정부는 여전히 소통과는 거리가 멀다. 한나라당은 정권과 거리를 두려 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음을 알고 있다. 결국 국민들의 분노는 표로 드러날 것이고, 인터넷과 sns를 통한 민심이 이제껏 호의호식했던 자들을 심판할 것이 분명하다. 그런 전제 하에서 한나라당이, 보수가 다시 정권을 잡는다면 그들은 수많은 견제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 강경하게 밀어붙이는 날치기도 못하게 된다. 즉 최소한의 소통의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무리한 요구일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요구를 하고 싶어하는 김용민의 주장이 이해가 된다. 한 쪽이 완전히 몰락하면 결국 아무것도 안 된다. 결국 보수 세력도 발전시켜야 하는 것이 국민들이 해야 할 일이다. 정치인이 국민을 계도하던 시대가 아니라 이젠 국민들이 정치인들을 발전시키고 가르쳐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리고 최고의 가르침은 경험이 아니던가. 어쩌면 김용민의 말처럼 보수 세력이 드디어 대화라는 것을 해야만 하는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또한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며 오늘도 나는 '조극현상을 말한다'를 집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