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tory Doctor/Movie

KINO(양철호)의 영화 이야기-게임의 영화화에 대한 화려한 그림자

by 양철호 2011. 12. 9.

원 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라는 말이 있다. 이는 하나의 소스로 여러 장르와 분야에 사용하여 상품의 가치를 극대화 시키는 것으로 이는 멀티미디어 시대인 최근에 들어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각각의 장르는 벽을 허물고 서로의 분야로 그 발걸음을 넓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해리포터 시리즈로, 이는 아이들을 위한 판타지 소설에서 시작한 것이 영화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고, 이는 또 게임으로 제작되어 게임 마니아들을 끌어들였다. 이처럼 하나의 현재 장르는 서로를 무너트리고 뛰어 넘으며 융합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성공했을까? 실패한 것은 없을까? 글 제목에 화려한 그림자라고 밝힌 이유는 말 그대로 화려하지만 결국 그림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본체가 되지 못하고 결국 화려함이라는 수식어만 붙인 채 빛이 뜨면 사라져버리는 존재에 불과했던 것이다.

닌텐도와 플레이 스테이션, XBOX등의 게임기와 PC게임들은 사실 훌륭한 영화 소재였고, 지금도 그렇다. 소재적 고갈에 허덕이는 영화계가 게임산업에 눈을 돌리는 것은 당연했다. 게임은 마니아가 형성되어 있으며, 나름의 캐릭터와 스토리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수많은 유저들이 경험을 해보았으니 마케팅에도 유리하다. 결국 영화계는 덥석 게임을 물고 영화화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지금도 몇몇 작품들은 성공적이라고 말하고 있으니 전반적으로 실패했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작품적인 먼이 아니라 흥행적인 면에서.

내가 모든 영화화된 게임들을 알 수 없으니 내가 알고 있는 것을 기준으로 졸작과 범작, 그리고 수작으로 구분을 해보자.



졸작은 대표적으로 '슈퍼 마리오', '맥스 페인'. 등이 속한다. 사실 '슈퍼 마리오'처럼 대 성공한 게임도 없을 것이다. 이 게임을 영화화 한다고 했을 때 그러나 사람들은 약간 반신반의 했다. 게임에서 보이는 볼품없는 캐릭터를 영화를 통해 얼마나 성공적으로 그려낼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었다. 밥 호킨스, 데니스 호퍼, 존 레귀자모 등 나름 내공 있고 연기력 인정받은 배우들을 데려다가 만들었다. 하지만 우스꽝스러운 분장과 설정은 결국 게임과 영화의 거리감만 드러내는 결과를 가져왔다.



'맥스페인'은 어떤가. 무엇보다도 영화적인 설정을 자랑하는 게임이었고, 영화화 했을 때 상당히 기대를 해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마크 월버그라는 휼륭한 배우를 이번에도 제대로 써먹지 못했다. 게임 속에서 등장하는 슬로우 모션만이 게임과의 연관성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것은 영화로서 재미가 없었다.



범작에는 '사일런트 힐'과 '툼레이더'이다. 공포 게임의 대명사라는 분위기 답게 '사일런트 힐'은 게임속 분위기를 제대로 살렸다. 게임에 등장하는 크리처 캐릭터들도 상당히 리얼하게 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결국 그 이상은 없었다. 영화는 영화다. 게임을 영화화 했다면 영화적 요소에도 신경을 써야 했으나 너무 게임의 요소를 집어 넣는 것에만 골몰하다 보니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공포에 대한 시각적인 주분은 충분했으나 스토리에 대한 힘이 딸렸다고나 할까.



이에 비해 '툼레이더'는 사실 잘 만들어진 액션 영화에 하나이다. 안젤리나 졸리라는 걸출한 배우의 등장, 그리고 그녀의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의상 선택은 이미 이 영화가 졸리의 영화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단, 이 영화는 사실 잘 만들어졌다고는 했으나 그 당시 경쟁작이던 '미이라'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너무 티내며 보여주었고, 결국 그로인해 별로 재미없는 밋밋한 액션 영화가 되어버린 감이 있다.



수작에는 '레지던트 이블'과 '페르시아의 왕자 : 시간의 모래'가 있다. 사실 '레지던트 이블'은 2편까지가 딱 좋았다. 이 작품을 수작에 올려 놓는 이유는 내가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아쉬운 것은 4편까지 나오면서 점점 졸작의 반열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고, 이번에 5편도 나온다는 사실이다. 끔찍하다. 누구나 알 듯이 이 작품은 호러 게임의 대명사 '바이오 하자드'가 원작이다. 그리고 '레지던트 이블' 2편은 바로 '바이오 하자드'의 캐릭터들도 등장시켜 더욱 게임과 연관성을 살려 간다. 그만큼 신경을 썼고, 게임과의 연관성과 더불어 영화적 각색과 이야기, 그리고 액션도 충실히 살려 좋은 평가를 줄 수 있었다. 그러니 제발 더 이상 만들지 말라.



'페르시아의 왕자'는 말 그대로 '시간의 모래'라는 게임을 영화화 했고, 게임에서 보여주는 모래의 특성을 영화적으로 잘 살린 예로 뽑힌다. 더군다나 영화 속에서 움직이는 배우 제이크 질렌할이 보여주는 몸 동작은 그야말로 게임 속 캐릭터 그대로였다. 이런 요소들이 잘 어울려 영화로서 게임의 매니아들에게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작품이 된 것이 아닐까.

아직 언급도 하지 않은 게임들이 많다. 더 락이 출연했던 '둠', '터미네이터2'의 카리스마 배우인 로버트 패트릭과 마크 다카스코스가 출연한 '더블 드래곤', '킹 오브 파이터', '스트리트 파이터'등 잡다한 작품들도 합치면 무척 많아지지만 언급할 가치가 없어 그만 둔다. 다만 지금도 영화로 만들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는 작품이 하나 있다. 바로 '령'이다. 일본 게임인 이 작품은 사진기로 영혼을 찍어 가둔다는 설정이 매력적이다. 더군다나 소녀가 가려힌 몸으로 오빠를 찾기 위해 흉가에 들어가면서 게임이 시작된다. 제대로 된 공포에 빠지고 싶다면 이 작품이 어떨까.

잘 나가는 게임은 사실 영화로 만들고 싶어지는 보기 좋은 먹잇감이다. 그러나 게임과 영화는 분명히 다르다. 유저가 직접 조종하면서 만들어가는 게임의 세계와, 만들어진 세계를 일방적으로 감상해야 하는 영화는 차이가 크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게임이라 해도 영화로 만들었을 때 실패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는 게임과 영화의 장르적 특징을 인정하지 못하고, 그저 흥행 성적만을 바라보았을 때 생기는 실수라고 보여진다. 결국 돈이 문제이니까.
그래도 한 가지만 명심하자.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 게임이 영화화 된다고 무조건 좋아할 거라는 생각을 버려라. 오히려 영화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이 어떻게 망가졌는지 확인하려 들 것이다.
영화와 게임은 다르다는 차이에서 출발해, 게임의 캐릭터와 이야기를 영화적으로 해석하고 멋지게 포장하는 일에 더 치중해야 한다. 무임승차는 결국 쫓겨나는 지름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