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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Doctor/Movie

KINO(양철호)의 영화 이야기-야구하는 고릴라 미스터GO

by 양철호 2013. 7. 19.

 

 

솔직히 이 이야기가 영화로 나올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내심 설마 하는 생각으로 진행상황을 지켜봤다.

그만큼 이 작품은 영화화하기 어려울 거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원작 만화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허영만 화백의 '제7구단'이라는 작품이 원작이었다.

내 기억에는 보물섬에 연재되던 작품으로 기억된다.

보물섬은 그야말로 그 당시 아이들의 보물이었다. 둘리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니까. ^^

 

주인공인 성동일과 서교. 서교는 한국말을 꽤 잘 한다. 대본을 외운 거겠지만 대사 전달력이 좋다

 

원작 만화에서는 고릴라 뿐만 아니라 대주자 요원으로 치타, 외야수로 매(?)까지 등장하게 된다.

그야말로 동물들의 프로야구가 된 셈이다.

그래도 그 당시에는 기발한 아이디어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것을 영화화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한가지...

야구 영화를... 그것도 고릴라가 야구하는 영화를 관객들이 보고 싶어하겠냐는 것이다.

그것도 300억원이라는 큰 금액을 들여서....

참고로 300억이면 국내 관객 900만명이 들어와 손익분기점이라는 이야기 되겠다.

 

역시나 멋진 카메오 김정태

 

그래도 다행인 것은 영화는 터무니없는 만화적 상상력에서 벗어나 조금은 리얼함을 찾으려고 했다.

그리고 사람으로 대체해도 될 스포츠 영화를 동물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여성과 아이들의 눈 높이를 맞추려 했다.

원작 만화에서 어떻게 고릴리가 야구를 하게 되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서커스와 빚쟁이, 그리고 야구에 대한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이어져 한 편의 영화가 완성이 되었다.

하지만 이 영화가 과연 잘 만든 영화일까? 정말 괜찮은 영화일까?

국내 최초 3D 캐릭터에 3D 촬영이라는 타이틀로 괜찮은 걸까?

꽤 좋은 카메로 출연으로 포장해도 되는 걸까? 여전히 나에게는 의문부호가 남는다.

 

중국 소녀 서교(극중 웨이웨이)가 있던 서커스의 단장역 변희봉

 

영화는 132분의 렁닝타임을 가지고 있다.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다.

그런데도 주인공인 성동일의 감정 변화가 여전히 갑작스럽다. 그는 왜 갑자기 변하게 된 것일까?

여주인공 웨이웨이와 고릴라인 링링의 감정을 주고 받는 모습도 사실은 더 나와야 하지 않을까?

짧은 시간이 아닌데도 왠지 아쉬운 것들이 많다. 더 나왔어야 하는 것들이 있다.

그런데 그 시간은 정작 야구 위원회와 야구 장면들로 채워졌다.

물론 이 장면들이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작 감정들을 이어나가는 순간에는 불필요하게 삐걱대는 효과를 준다.

 

한혜진의 형부로 유명한 김강우, 여기선 프로야구 구단의 단장이다.

 

길들일 수 없다는 마운틴 고릴라를 너무나 쉽게 길들이는 중국 사채업자.

물론 나중에는 당하게 되지만 말이다.

이야기는 미스터고의 활약을 위한 장치로 무리수들을 집어 넣는다.

무릎의 상태에 대해서 너무 오랫동안 장치를 깔아두고 가는 것도 눈에 띈다.

과연 미스토거의 무릎이 그렇게 큰 무리가 될 정도일까?

야구 시합에서 대타로만 나서고 루상에 나가면 대주자로 교체되는 수준인데도?

 

중국 사채업자로 나온 김희원. 이 사람의 연기는 언제 봐도 재밌다

 

중국에서 상당 부분 자금을 댄 영화라고 한다.

그래서 국내의 부담은 줄어들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국내의 흥행에는 적잔은 불안 요소가 있다. 우선 상대하고 있는 영화들이 세다.

블록버스터들이 한참 기승을 부릴 시기이기 때문이다.

퍼시픽림을 비롯해 곧 개봉할 영화들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설국열차, 울버린 등이 가세하는 마당에 미스터고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허영만 화백의 미스터고 그림과 사인

 

그래도 영화를 보면서 카메오를 보는 재미는 확실히 쏠쏠했다.

해설자로 나선 마동석의 시크한 해설...... 김정은의 카메오 출연 등...

영화 초반부 류현진과 추신수의 등장도 나름 신선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일본 야구 구단 주니치의 단장으로 나온 오다기리조의 헤어스타일과 표정은 정말이지 압권이었다.

 

순수 국내 기술이라고 하지만 나름 꽤 준수한 CG 기술을 보여준다.

고릴라의 움직임도 나름 리얼하고, 가상의 고릴라를 보며 연기한 배우들의 연기도 큰 어색함은 없다.

3D 기술도 잘 구현되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전히 내러티브고 이야기다.

아쉬운 이야기, 힘이 떨어지는 이야기를 미스터고는 어떻게 버텨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