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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거나 말거나

KINO(양철호)의 세계의 미스테리-메리 셀레스트 호의 수수께끼

by 양철호 2012. 1. 30.



1872년 12월 5일, 영국상선 디 그라티아 호는 아조리스 제도와 포르투갈 사이의 북대서양에서 표류하는 배를 하나 발견한다. 배의 이름은 '메리 셀레스트'.

메리 셀레스트는 알코올 원액을 싣고 11월 5일에 뉴욕에서 이탈리아의 제노바를 향해 출항했다. 그런데 1개월이 지난 지금 대서양 한 복판에서 표류하고 있던 것이다.

디 르가티아 호의 선장은 모어하우스는 선원 세 명을 메리 셀레스트 호로 올려 보냈다. 그 세 사람은 이상한 광경을 목격한다. 갑판이든 어디든 사람 한 명 보이지 않았다. 구명보트도 보이지 않았다. 구명보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이 배를 포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갑판 아래에는 많은 양의 바닷물이 들어와 있었다. 하지만 정작 배는 충분히 항해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침몰의 염려는 없어 보였다. 도대체 왜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들이 이 배를 버렸을까?

조사를 계속 진행하자 몇 가지 사실이 더 발견되었다. 나침반이 망가져 있었고, 화물 창고의 문이 떨어져 나갔고, 알콜 원액 통이 하나가 새고 있었다. 그리고 배의 저장고에는 아직도 충분한 양의 물과 음식이 남아 있었다. 선원들의 의복장의 옷은 그대로였고, 선장실의 항해일지는 11월 25일이 마지막 날이었다. 적어도 메리 셀레스트는 선원 없이 9일 동안 표류하고 있었던 것이다.

모아하우스 선장은 난감했다. 도무지 메리 셀레스트호의 선장과 선원들이 이 배를 버리고 떠난 이유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메리 셀레스트는 처음부터 불운한 배로 유명했다. 처음에는 아마존 이라는 이름으로 등록되었는데 그 후 선장이 48시간도 채 못되어 사망했다. 최초 항해 때 메인 주 앞바다의 고기잡이용 시설과 충돌하여 선체의 일부가 훼손되었고, 수리 중에는 배에서 불이 나기도 했다. 그 후 도버 해협을 통과하다가 다른 배와 충돌하였는데, 상대 배는 침몰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일련의 이런 사건들은 현재 메리 셀레스트가 표류하고 있는 것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지브롤터의 영국 관료는 선내 반란 혹은 미국인의 공모라고 의심을 했다. 후에 밝혀진 일이지만 메리 셀레스트를 발견한 배의 선장인 모어하우스와 메리 셀레스트호의 선장인 브리그즈가 친구라는 사실이 드러난 점이다. 하지만 후에 선내 반란 쪽으로 가득이 잡힌다. 근거로 배의 난간에 생긴 도끼 자국이 제시되었다. 그리고 선장실 밑에서 발견된 더렵혀진 칼도 근거로 제시되었다. 하지만 미국측은 이런 영국측 의견에 반발한다. 반란을 일으켰다고 해도 선원들이 급박하게 의복도 챙기지 않고 음식도 버려둔 채 배를 떠난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1873년 3월, 해사법정은 마침내 메리 셀레스트호가 버려진 이유를 불명이라고 인정하고 만다. 이 법정이 역사에서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첫 케이스였다. 그 후 11년 동안 메리 셀레스트는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치지만 이 배로 돈을 번 사람은 전무했다. 선원들에 의해 불행이 내린 배라는 소문이 돌았다.



1884년 잡지 '콘힐'에 한 소설이 실린다. 'J, 하버쿠크젭슨의 증언'이라는 소설이었고, 작가는 바로 코난 도일이다. 이 소설은 바로 메리 셀레스트 호를 소재로 다룬 소설이었고, 이로 인해 다시 사건은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된다. 이로 인해 여러가지 가설이 난무하게 된다. 심지어 거대 오징어의 습격설까지 나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코난 도일의 소설은 어디까지나 소설일 뿐 그는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해 작품을 쓴 것이 아니다. 즉 다시 한 번 치밀하게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수수께기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선 구명보트가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에서 시작해보자.

구명보트가 없다는 것은 선원들이 배에서 탈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분명 그 당시에는 매우 긴박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일이 선원들을 당황하게 만들고 배를 탈출하게 만들었을까. 항해일지 마지막 페이지를 보면 전날 밤에는 심한 소나기가 내렸고, 아침에는 바다가 잔잔했다고 쓰고 있다.

메리 셀레스트 호의 선장 동생은 배가 암초에 스치고 침몰을 두려워한 선원들이 탈출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른 배의 일등 항해사는 소나기가 배로 스며들고, 그것이 바닷물이 차오르는 것으로 착각해 탈출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다른 의견으로 해상의 회오리바람이 배를 습격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 세가지 주장에 대해서는 각각의 난점이 있다. 첫번째 산타마리아 앞바다에서 암초에 걸려 구명보트로 탈출했다면 선원들이 모두 뭍으로 나올 수 있어야 했다. 그다지 장소와 육지가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생존자나 구명보트의 잔해도 발견할 수가 없다.
오히려 비가 스며들어 배에 물이 찼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 바다는 탁 트인 공간으로 보이지만 사실 배라는 한정된 공간에 고립되어 있는 것이다. 그로 인해 작은 실수나 판단 미스에도 당황하는 사태들이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배를 수십년간 몰았던 노련한 선장이 그런 뻔한 실수를 저질렀을가?
회오리 바람 설은 배에 손상이 없다는 점에서 비재되었다. 사실 선원들을 혼란에 빠트릴 정도가 되면 배에도 손상이 심해야 했다. 그러나 배는 항해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로 멀쩡했다. 여전히 수수께끼는 남아 있는 셈이다.

가장 설득력이 있는 가설은 바로 배에 싣고 있는 알콜 원액에 대한 근거다. 알콜 원액 통이 환경 변화와 온도 변화로 인해 기화되고 폭발하게 된다면 이는 배에 큰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혼란을 일으키기에는 충분하다. 더군다나 만약 브리그즈 선장이 알콜 원액을 다루어본 적이 없는 인물이라면 더 설득력이 있다. 실제로 이 선장은 전형적인 미국 동부 뉴잉글랜드 지역의 청교도라고 한다. 그라면 이 화물 자체를 의심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알콜 원액 통의 폭발과 창고 해치의 파괴로 인해 곧 배가 폭파될 수도 있다고 판단한다면 위의 모든 것들이 설명이 된다. 사실 별다르게 위험하지 않은 것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비극을 맞이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분명히 해두자. 위의 모든 것을 가설일 뿐 사실은 아니다. 아직도 메리 셀레스트 호의 비극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결국 바다의 최대 미스테리는 여전히 미스테리로 남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