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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Doctor/Entertainment

KINO(양철호)의 미디어 분석 - 비정상회담이 불편해지는 이유

by 양철호 2014. 12. 29.

 

한 때 꽤 재미있게 보던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가 바로 '비정상회담'이었다.

 

이렇게 잘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우리말을 잘하는 외국인들이 나와서 토론을 펼친다. 그저 자신의 의견을 질문에 맞게 이야기 하고 마는 것과는 별개로 이들은 진짜 한국말로 자신들의 생각을 서로 비교하고 반론도 펼치며 토론을 한다. 이 부분이 미녀들의 수다와는 질적으로 다른 부분이다.

 

과거 미녀들의 수다에는 외모에 치우친 부분이 없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은 한국말이 상당히 서툴러 의사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아도 그냥 앉혀놓고 보는 경향이 있었고, 몇몇 똑똑한 사람들에 의해 의견이 주를 이루었다. 물론 미녀들의 수다에 나온 인물들도 모두 괜찮은 친구들이었지만 비정상회담처럼 그들이 토론을 주고 받을 수 있었을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비정상회담이라는 프로그램이 특별했고 독특했다.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해외의 사례들도 알게 되었고, 다양한 개성과 독특한 문화를 가진 재주 많은 그들을 알게 된 것은 행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점점 비정상회담을 보는 것이 힘들어진다.

애네스가 불륜설에 휘말려서도 아니고, 예능적 재미가 떨어져서도 아니며. 사회자들이 마음에 안 들어서도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는 비정상회담이 보기 힘들다.

그것은 그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 사회, 대한민국 사회에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비정상회담의 성격상 사회문제와 관련된 대화가 자주 등장한다.

 

청년 실업, 출산 문제, 복지 등등

그런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 곤혹스러워진다. 그들은 지금 한국의 상황을 얼마나 비웃을까. 얼마나 우스울까. 자국의 나라에서는 전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버젓이 일어난다. 이 상황이 얼마나 황당할까.

 

정당을 해산해버리고, 종북으로 몰아서 고발하고, 언론에 재갈을 물렸다. 인권이 바닥을 치고, 언론의 자유도는 급하락 했다.

 

그들은 한국이 안전하고, 인터넷 속도가 빠르다고 열광한다. 하지만 그것이 뭐가 그리 중요할까. 지금 한국의 상황은 벼랑으로 내몰리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서 그들의 얼굴을 보는 것이 점점 힘들어진다.

그들이 비웃을 한국의 모습을 자꾸 떠올리게 된다.

나 또한 이런 한국의 모습이 짜증나고 옹졸하며, 천박하다고밖에 생각이 안 드니까.

 

해외에는 좋은 예들이 많다. 배워야 할 선진 기법이나 제도들도 많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가 배워오는 것은 모두 자본가를 위한 방법들, 기업을 위한 방법들, 가진 자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들, 없는 자들의 주머니를 털어내는 방법들 뿐이다. 미국의 수정헌법에는 관심도 없으며, 벨기에의 복지는 먼 나라 이야기다. 프랑스의 인구정책이 있는지도 모를 것이며, 독일의 유럽에서의 노력도 모를 것이다.

 

지금 우리 정부는 오히려 일본과 비슷할 정도로 고립되어 가고 있다. 오히려 일본과 양립하려고 그러는 건지도 모른다.

 

박근혜의 지지도가 떨어졌다고 한다. 30%대로 진입했다는 이이기가 나온다. 그래도 약 40% 정도는 나온다. 모두들 이것을 콘크리트 지지율이라고 한다. 나는 여전히 왜 지지를 하는지 이유를 모른다. 그들도 아마 왜 지지하는지 정확한 이유는 모를 것이다. 그저 막연하게 나올 대답들은 충분히 예상이 된다. 난 옛날부터 박근혜가 독도를 일본에 줘버려도 최소 30%의 지지율은 나올 거라고 장담한 적 있다. 이런 사회가 얼마나 우스꽝스럽게 비칠까. 비정상회담의 출연진들 눈에 비치는 대한민국의 모습은 얼마나 하찮을까. 그들 역시 분명 자국의 모습과 비교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이라는 나라가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할 그들의 모습을 상상하니 부끄러워 진다. 그래서 나는 비정상회담이 더욱 보기 힘들어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