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tory Doctor/Entertainment

KINO(양철호)의 미디어 분석-문재인과 박근혜의 힐링캠프

by 양철호 2012. 1. 12.



S본부의 힐링캠프는 사실 좋은 취지와 진솔한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시청율 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프로그램이 신년 특집으로 마련한 두 사람 때문에 월요일 예능 1위를 차지하게 된다. 바로 박근혜와 문재인.

현재 한나라당의 차기 대선 주자로 주목받는 박근혜와 노무현의 그림자로 인정 받으며 새롭게 떠오르는 주자인 문재인의 출현은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데 충분했다. 더군다나 그저 연에인이 아닌 정치인이고, 또한 굴곡의 역사를 겪어 왔다는 점에서 그들의 출연 자체가 주는 의미는 남달랐다.

하지만 두 명의 화법에는 분명 차이가 있었다. 박근혜는 물론 이제까지 자신에게 있던 말을 안 하는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좋은 기회가 되었지만, 정치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여전히 말을 아끼며 두리뭉실하게 넘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에 비해 문재인은 오히려 거침없는 직설적인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방송 자체에서 '위험한 발언'이라는 취지의 자막을 내보낼 정도였다.

몇몇 언론이나 사람들은 프로그램에서 말한 둘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서 이야기하곤 한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예능 프로그램이다. 정치 토론 프로그램도 아니고 시사 프로그램도 아니다. 예능이다. 결국 이 두 사람이 말할 수 있는 정치적인 수사는 그리 깊을 수가 없다. 다만 두 사람의 기존 성향이 프로그램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는 점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박근혜는 수첩공주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가 가진 정치적은 견해가 과연 있기는 한 건지에 대한 의문을 사람들은 가지고 있었다. 그만큼 그녀의 발언을 듣기 어려웟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프로그램에서 나름 정치적인 것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듣기를 바랬던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그것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신 박근혜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통해 과거의 고통과 어머니 아버지의 죽음을 이야기 하면서 자신의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다. 박근혜가 얻은 것은 자신의 이미지였다.

문재인은 사실 박근혜에 비해서는 인지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박근혜는 알지만 문재인은 모르는 경우가 많앗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문재인은 프로그램의 출현으로 자신의 인지도를 끌어 올렸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앞선다. 더군다나 그의 삶도 박근혜 못지 않은 고통으로 점철되어 있다. 더군다나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그가 간직하고 있는 마지막 유서는 결국 우리 모두의 마음에 남아 있는 부분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두 명의 정치인이 예능 프로에 나왔다. 그리고 이 두 명의 정치인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 지도 관심이다. 여기에 안철수라고 하는 인물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으로 높다. 하지만 이들의 앞날이 순탄하지는 않다. 박근헤는 한나라당의 개혁이라는 만만치 않은 벽에 부딪쳐 있다. 본인 스스로가 개혁세력이 아닌 이상 얼마나 개혁을 해낼지 미지수이다. 문재인은 자신의 고향이라고 하지만 한나라당의 텃밭인 부산에 출사표를 던졌다. 지금은 지지율이 높지만 아직 높은 지역감정의 벽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예능 프로그램 이야기가 정치 사회로 번지고 말았다. 아무래도 정치인의 등장이다 보니 별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프로그램의 출연은 두 명의 정치인에게 긍정적인 면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일반인들에게 조금 더 가깝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미지로서는 사실 박근혜가 더 효과를 보았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문재인도 결코 손해를 보았다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이 지적했든 둘의 코드가 서로 겹치는 부분이 많다고 했던 것이 이 예능 한 프로에서 여실히 드러나게 된 것이다. 둘의 살아온 세월도, 가슴아픈 부분도 비슷하지만 둘의 삶의 궤적이 참 다르듯이 이 둘의 행보도 많이 다를 것이다. 앞으로 이 둘의 모습을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