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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Doctor/Entertainment

KINO(양철호)의 미디어-알쓸신잡2, 사라져가는 것들

by 양철호 2017. 12. 19.

 

금요일 밤에 알쓴신잡 시즌2에 종로구와 중구가 소개되었다.

평소에도 잘 가는 곳이었고, 그곳에서 일을 했던 기억도 있어 자연스럽게 호기심이 생겼다.

그리고 과거에는 기억이 생생했지만 지금은 잊혀졌던 것들이 떠올랐다.

피맛골.

친구들과 만나 술 한 잔 기울이던 그곳.

골목골목 값싼 주점들이 즐비했고, 술 한 잔에 몸을 맡긴 청춘들이 가득했고,

그 청춘들이 쏟아내는 고뇌와 웃음과 슬픔이 넘쳤던 곳.

지금은 흔적을 찾기조차 힘들고, 점점 사라져가는 추억이 되어버린 곳.

 

요즘 젊은 이들은 허름하고 낡은 곳 보다는 깨끗하고 환한 곳을 찾는다.

하지만 나능 아직은 나무 테이블에 나무 의자, 노란 백열등 조명에 눅눅하고 찐득한 테이블의 느낌이 그립다.

호박전과 감저전이 고소한 냄새를 풍기고, 얼큰한 알탕 한 냄비가 보글보글 끓고 있는 모습이 생생하다.

소주잔을 마주 들고 시덥지 않은 연애 이야기며, 사뭇 심각한 정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던 그때였다.

골목에는 시큼하게 누군가 게워 놓은 흔적들이 곳곳에 있었지만 그래도 그곳을 자주 찾았다.

그곳은 젊은 시절 찾던 성지였다.

 

지금은 건물의 틉 사이로 길 골목 비슷한 모양만을 만들어 놓았다.

과거의 피맛골 느낌은 전혀 아니다.

그래서 정이 없어져버린 느낌은 그곳에 쌓여있던 추억마저 사라져버린 것만 같아 아쉽다.

 

쌈지길에 의해 사라져버린 찻집 귀천처럼.....

기억에 생생하지만 지금은 사라져버린 것들.

산업화, 돈의 개념 아래 없어져버린 것들.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쉽고 슬퍼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또 시간이 지나면 무엇이 사라질까.

무엇이 사라지고 무엇이 새로 생기게 될까.

새롭게 쌓였던 추억은 다시 어떻게 되는 걸까.

 

고갈비에 막거리를 기울이던 그때의 시간으로 되돌아가 친구들과 마음껏 웃으며 떠들던 시간으로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을 것 같은 지금의 기분......

그래서 보는 내내 씁쓸했던 알쓸신잡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