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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막힌 세상 이야기

양철호의 이슈 파고들기-디지털 치매

by 양철호 2011. 9. 23.



언제부터인지 전화번호를 핸드폰에 저장시켜놓고 사용하면서 가족 전화번호는 물론이고 집 전화번호마자 기억 못하게 되어버렸다. 수접에 적어놓고 사용할 때는 최소 몇 십개씩 외우고 다녔지만 이제는 한 번 들었던 전화번호도 돌아서면 기억에서 사라지곤 한다. 이러니 핸드폰을 잃어버리가라도 하면 완전히 고립된 섬처럼 되어버리곤 한다. 가끔 메신저에 핸드폰 번호가 삭제되었다며 알려달라는 소식이 날아오는 것을 보면 이런 현상이 나에게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조금은 안도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병원에선 질병이 아니어서 특별한 치료법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디지털 치매' 초기 증상으로 기억력 향상을 위한 생활습관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한다. 

최근 정보량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각종 디지털기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기억을 잘 못해 무언가를 잊어버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런 현상이 늘어나고 증세가 심해져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증가하자 의학계에서는 몇 년 전부터 '디지털 치매'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런 용어에 반대할 지도 모르겠다. 복잡한 디지털 기계를 사용하는 것 조차 기억력의 일부라고 주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직접적인 정보를 기억하는 것에서 이제는 정보를 어떻게 저장하고 어떻게 꺼내 쓰는지에 대한 기억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맞는 말 같기도 하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분명 우리가 과거에 쉽게 기억하고 있던 것들을 너무 손쉽게 잊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기계에 대한 의존도에 좌우된다는 점도 분명한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치매의 의심 증상으로 아래의 것들을 제시했다. 
1. 가사 없이 끝까지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별로 없다.
2. 외우고 있는 전화번호는 집과 가족뿐이다
3. 암산한 것을 계산기로 꼭 확인해야 한다
4. 지도를 보고 찾아가는 것보다 내비게이션을 더 신뢰한다
5. 손으로 글씨를 쓰는 것보다 키보드 입력이 더 편하다 등이다. 이런 경험이 있다면 '디지털 치매'를 의심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디지털 치매'의 증세를 완화하려면 적절한 휴식과 기억을 키우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우리 뇌속에 '정신적 여백'을 가질 자투리 공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창수 고려대 안산병원 정신과 교수는 "디지털 치매는 뇌 질환이 아니라,정보 과다로 인해 뇌가 주변 정보를 자꾸 밀어내는 현상"이라며 "마음을 편하게 먹고 느긋하게 생각하면서 사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지털 치매' 해결에 가장 좋은 방법은 가급적 디지털기기 사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직접 머리를 굴려 잠자는 두뇌를 일깨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가족이나 친구 등 가까운 사람들의 전화번호나 좋아하는 노래 몇 곡 정도는 외우는 게 좋다. 또 신문이나 잡지를 매일 한두 시간 꼼꼼히 읽는 것도 유익하다. 생각하면서 읽는 기사는 기억력과 사고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항상 필기구를 들고 다니며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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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9월 21일자 중 '디지털 치매'에 관련된 기사를 참고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