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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Doctor/Movie

KINO의 영화 이야기-사다코 대 가야코, 일본 공포는 끝났다.

by 양철호 2017. 1. 25.

 

한때 일본 공포영화의 두려움은 최고라고 칭송받았었다.

링이 그랬고, 비디오로 먼저 선을 보였던 주온이 그랬다.

그 두 편의 대표적인 공포영화의 주인공이 마주 선다. 링의 사다코와 주온의 가야코. 둘을 대결 붙인다는 카피가 왠지 이 영화의 장르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의심은 여지없이 들어맞았다.

 

링이 주었던 공포는 단순했다.

원인 모를 공포. 그 원인을 찾아내야 하는 시간의 촉박함.

아들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부모의 모습.

그리고 인간들의 욕망과 욕심에 의해 희생된 사다코의 슬픔까지도 포함된 수작이었다.

소설에서는 다루지 못했던 사다코의 등장이 충격이었던 것은 덤이었지만 영화를 기억 속에 남아있게 해주는 최고의 장면이었다.

 

주온은 어떤까.

흉가가 가지는 막연한 공포가 그 실체를 드러낸다.

남편에 의해 처참하게 살해된 아내와 아들. 그들의 고통도 느껴지는 원작이 있었다.

괴기스러운 꺾기와 소음이 전매특허였던 주온의 공포도 어느덧 시간이 지나면서 흐릿해져갔다.

 

그랬다. 양대 스타였던 링과 주온의 두 주인공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밋밋한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자주 등장했지만 강렬해지는 것이 아닌 오히려 밋밋해진 공포.

이유조차 상실되어진 공포는 보는 이로 하여금 두려움이 아닌 짜증을 유발했다.

그런 두 캐릭터가 만나 무언가 새로운 것을 보여줄까 했지만 짜증이 두 배로 늘어났다.

그리고 영화는 호러가 아닌 코미디가 되어버렸다.

 

공포 장르를 일찌감치 태국에 빼앗긴 일본은 이제 호러를 만들 여력이 안 되는 것 같다.

대다수가 링과 주온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아이템도 고갈되어 간다.

세기의 대결이라고 광고를 하지만 정작 세기의 대력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성공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에일리언과 프레데터가 그랬고, 프레디 대 제이슨이 그랬다.

그리고 그 대미를 사다코 대 가야코가 완성하는 모양새다.

일본 공포를 정말 좋아하는 분이라 하더라도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일본 공포는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