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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막힌 세상 이야기

KINO(양철호)의 이슈 파고들기-경찰의 두 가지 얼굴

by 양철호 2011. 11. 29.
일선 경찰들이 수갑을 반납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검경 수사권 협상에 대한 반발에 따른 결과였다.
사실 이번 결과는 5년 전의 수사권 협상보다 오히려 경찰의 입지가 더 후퇴했다. 내사까지 검찰의 지휘를 받게 된 것이다.
이번 결과로 인해 경찰의 독립은 사실 멀어지게 되었다. 검찰은 경찰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경찰과 검찰의 싸움에서 경찰은 보기 좋게 넉다운 된 것이다.



경찰의 이익을 대변하고, 일선 경찰들의 수사권을 보장해야 할 경찰 수뇌부들은 과연 어떤 역할을 했을까. 사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일선 현장에서 제대로 뛰어보지 못한 인물이다. 그런 그가 과연 경찰의 수사와 지휘, 그리고 밑에서의 고충을 이해하기는 할까.
결국 경찰의 수뇌부에 있는 자들의 안일한 대처로 경찰은 완전히 검찰의 꼬봉으로 전락해버린 결과를 가져왔다.

문제는 이런 와중에도 경찰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FTA 반대 집회에서 경찰의 대응은 사실상 도를 넘었다.
그저 물대포로 시민들을 제압하려 하는 것이 그들이 하고 있는 전부였다.
사실 경찰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싸워야 했다.
그들이 싸울 대상은 국민이 아니라 권력의 수뇌부에 있는 자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거리에서 시위 군중들을 향해 물대포를 쏘고 연행하는 데 여념이 없다. 자신들의 수사권이 날아가든 그런 것에는 관심도 없는 것 처럼 말이다.

미국의 경찰들은 집단 행동을 한다. 파업도 하고 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그리고 권리를 위해 싸울 줄 안다. 그러나 우리의 경찰들은 그저 위에서 시키는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 최고의 미덕으로 알고 있다. 과연 그럴까? 그들이 지켜야 할 국민을 향해 공권력이라는 폭력을 휘두르라는 명령에 그토록 목을 매고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왠지 나는 태생적인 문제처럼 여겨진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서부터 이어져 온 경찰에 대한 권력이 가진 시각. 그 시각은 지금도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밑에서부터 변하지 않으면.

경찰이 고생하는 것은 알고 있다. 박봉에 시달리고,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목숨 내놓고 수사하고 강력범죄 해결하는 경찰들은 많다. 그런 그들에게 권력은 그들의 권리를 주지는 못할망정 그것마저 빼앗아가려 하고 있다. 그런데 경찰은 국민들을 향해 권력의 명령을 수행하는 데 여념이 없다.
그래서 권력은 사실 경찰을 우습게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권력의 입장에서는 말 잘듣는, 그래서 시키는 대로 다 하는 경찰을 위해 무언가를 해줄 필요를 느끼지 않는 것이다.
무언가 얻어내기 위해서는 싸워야 한다. 반항도 하고 문제제기도 해야 한다. 그러나 경찰이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 이상 그들은 얻을 게 없다.
경찰의 수뇌부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바라고 있는 지금 정작 밑에서 고생하는 경찰들에게 권력의 달콤한 대가가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종로 경찰서장의 폭행 논란은 다루지 않기로 한다.
이런 꼼수도 없거니와 이런 게 경찰의 지도부라는 것이 기가막힐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