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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Doctor/Movie

KINO(양철호)의 영화 이야기-인물열전5. 신카이 마코토

by 양철호 2012. 2. 21.

(별의 목소리)

휴대폰으로 메일을 보낸다. 그러나 답이 없다. 답을 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다. 메일을 받는 사람은 우주 공간 저 너머에 있다. 메시지가 가서 닿으려면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 동안 그렇게 소녀는 남자의 문자를 기다린다. 남자는 점점 우주로 나아가 지구와 거리가 멀어진다. 그러면서 시간은 길어져 1년에서 1년 6개월로, 2년으로 점점 길어진다.

왠지 닿을 수 없는 거리에 있는 것 같은 그와의 유일한 끈은 기약없이 기다리는 메일뿐. 그러나 그 끊을 놓지 않는다. 마치 언제 들려줄지 모르는 별의 목소리를 기다리는 것과 같이.

내가 맨 처음 ‘별의 목소리’라는 작품을 접하고 받은 충격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런 상상력과 감성을 가지고 있다니. 그리고 감독에 대한 검색에 들어갔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 그가 바로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를 감독했다고 한다. 그 작품은 나에게 애니메이션이 이토록 감성적이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또 하나의 작품이었다.


그리고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이 감독의 작품은 모두 보기 시작했다. 신카이 마코토. 별의 목소리를 거의 혼자의 힘으로 7개월 동안 작업했다는 것이 유명해졌다. 하지만 그것이 핵심이 아니다. 그는 남들이 쉽게 표현하지 못하는 감성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할 줄 아는 능력이 있다. 이런 디테일한 감성을 표현할 줄 아는 감독이 과연 일본 내에서도 몇이나 될까. 손가락에 꼽을 것이다.


나는 ‘초속 5센티미터’를 보면서 감정이 극에 달했다. 같은 시기에 개봉했던 ‘시간을 달리는 소녀’도 꽤 재미있게 보았지만 내 기억에 더 크게 여운이 남는 것은 다름 아닌 ‘초속 5센티미터’였다. 추억, 만남, 사랑, 그리고 헤어짐. 그 많은 관계들이 하나의 아름다운 수채화처럼 화면에 펼쳐지고, 절제된 언어로 표현된다.


그리고 최근, ‘별을 쫓는 아이, 아가르타의 전설’을 보았다. 누구는 미야자키의 아류라고 혹평을 하고 있다. 물론 그런 삼수성도 비쳐진다. 하지만 누가, 어느 누가 미야자키의 감수성을 제대로 흉내라도 낼 수 있을까. 섣부르게 훙내 내어 망한 ‘게드 전기’가 떠오른다. 신카이 마코토는 분명 그가 가진 감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아이들만의 이야기로 풀어가는 미야자키와는 달리, 신카이 마코토는 아내를 보고 싶어하는 모리사키를 통해 그리움과 외로움을 풀어냈다.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을 보면 악당이 없다. 그리고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정서는 외로움이다. 하지만 그들의 외로움은 슬픔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시 같다. 외로움의 시. 어딘가에 있을 또 다른 외로움을 가진 자와의 만남을 갈망하는 노래. 그 노래를 듣고 있다 보면 어느새 내 가슴도 따뜻함으로 가득 찬다. 그리고 눈가에 살짝 맺히는 눈물이 느껴진다. 흐르지는 않지만 머물러 있는 눈물. 내 눈에서 멀어지려 하지 않는 눈물도 외로움을 느끼는 것일까.

언제 나올지 모르지만 다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