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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Doctor/Movie

KINO(양철호)의 영화 이야기-에일리언 시리즈

by 양철호 2012. 1. 31.

에일리언 시리즈는 독특하면서도 가치가 있는 SF 영화로 손꼽힌다. 대부분의 시리즈 영화가 전편의 흥행이나 작품성에 못 미치는 결과를 만들어낼 때에도 이 영화만큼은 독특한 시리즈만의 장르와 변형으로 성공을 이어왔다. 그런 이유만으로 충분히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시리즈로 생각된다.

 

그래서 이번에는 에일리언 시리즈에 대해서 간단하게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1편은 1979년 리들리 스콧 감독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주연은 시고니 위버. 도저히 79년 작품이라고 여기기 힘들 정도의 퀄리티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SF 호러물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완성시켰다고 생각된다. 과거의 그저 그런 외계인 영화와는 달리 그야말로 밀폐된 공간(노스트로모 호)에서 벌어지는 에일리언과의 사투는 공포는 물론 오싹한 기분까지 들게 만드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마지막 젊은 시절 시고니 위버의 보너스 샷까지.

 

이 영화는 에일리언이라는 전설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다. H.R 기거의 독특한 에일리언 디자인은 물론 금속까지 녹이는 에일리언의 산성 피, 인간을 숙주 삼아 번식을 한다는 설정 등은 이후 작품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또한 과거에는 쉽게 생각할 수 없었던 상상력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는 위에서도 말했듯이 수수께끼의 집합체다. 거대 문명 외계 우주선의 발견, 그리고 동료의 배를 뚫고 튀어나온 에일리언, 그 에일리언을 수집할 목적으로 파견된 로봇 등. 그 수수께끼는 결국 에일이런을 군사적,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인간의 탐욕이 도사리고 있다. 그리고 이 탐욕은 철저하게 뒤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궤를 같이 한다.



 

그로부터 거의 9년이 흐른 후, 1988년 다시 시고니 위버가 돌아온다. 이번에 에일리언의 지휘봉을 맡은 감독은 바로 제임스 카메론. 터미네이터의 영웅이 에일리언을 맡게 된 것이다. 그는 그가 잘하는 장르로 영화를 뒤집어 놓는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2편에서 영화를 철저하게 전쟁영화적인 장르로 재해석한다. 1편에서 한 마리에 의해서 초토화되던 것과 달리 이제 다수의 에일리언 대 미해병대의 싸움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여전사인 리플리(시고니 위버)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리고 새로운 전개인 여왕 에일리언의 등장이 바로 이 작품에서였다.

 

전작의 장르적 특성을 버린 것이 카메론 감독의 생각이었든, 아니면 카메론 감독의 성향을 알고 있는 제작사의 생각이었뜬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어쨌든 영화는 크게 흥행에 성공했으니까. 무엇에도 지지 않을 것 같던 해병대, 그러나 그들 역시 에일리언의 파상공세에는 수세에 몰리고 만다. 피가 튀고 산성 용액이 난무하는 전쟁터, 거대한 SF 전쟁영화로서의 성공을 에일리언은 거둔다.

 



1992, 에일리언 3편이 만들어진다. 역시 주인공은 시고니 위버. 그리고 감독은 스타일리시한 영상을 만들어내던 데이빗 핀처. 파이트 게임, 세븐 등의 연출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의 영상 스타일은 독특하며 실험적이다. 그리고 그런 실험은 영화의 에일리언 시선에서 보여지는 듯한 왜곡된 영상에서도 잘 드러난다.

 

영화는 왠지 원점으로 돌아온 듯 하다. 한 마리의 에일리언. 그리고 고립된 행성의 사람들. 하지만 여기에는 얘기치 못한 요소가 들어 있다. 바로 시고니 위버의 뱃 속에 에일리언의 새끼가 자라고 있는 것. 이제 에일리언의 제거와 더불어 주인공은 자신의 뱃 속의 에일리언까지 제거해야 한다. 사람들의 분투와 싸움이 진행되고 에일리언은 제거된다. 그러나 여전히 에일리언의 생명력과 강함에 흥미를 느끼는 인간들의 탐욕이 등장하고, 시고니 위버는 그 탐욕에 희생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용광로 속으로 뛰어든다. 3편은 스타일의 독특함으로 인정을 받았지만 흥행에는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여전히 스타일리시한 작품으로 인정받는 에일리언 시리즈의 명맥을 유지하는 데는 성공한다.



 

그리고 마지막, 1997년 컬트 영화로 널리 알려진 장 피에르 주네 감독에 의해 다시 에일리언이 부활한다. 역시 시고니 위버도 부활한다. 문제는 용광로에 떨어져 죽은 시고니 위버가 살아 돌아온다는 설정을 어떻게 완성하느냐였다. 그것은 다름아닌 복제. 그리고 더군다나 에일리언의 유전자까지 섞여 산성 피까지 가진 전사로 거듭나게 된다.

 

작품에는 주네 감독의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에서 열연했던 론 펄만, 도미니크 삐뇽 등이 출연한 것이다. 더군다나 위노나 라이더까지. 화려한 캐스팅과 이제는 머리까지 사용하는 에일리언들의 등장은 주네 감독다운 발상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충격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리플리와 여왕 에일리언 사이에서 태어난 새로운 종. 여왕을 한 주먹에 날려버리고 리플리를 엄마로 여기던 새로운 에일리언 종은 어쩌면 에일리언이 거쳐온 번식과 진화의 새로운 형식을 설명하는 것은 아닐까.

 

이 네 편의 에일리언은 어느 하나 졸작이고 더 걸작이라고 불릴만한 작품들이 아니다. 물론 틀을 잡은 1편이 최고라고 말하고 싶지만 다른 작품들도 다시 보더라도 충분히 재미를 주고 있다. 걸작의 작품에는 걸작을 만들어내는 배우와 스타일을 잡아 주는 감독이 존재한다.

에일이런이 걸작인 이유는 이런 작품이 주는 중압감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잡아내서 소화한 감독들의 역량이 한 몫 했다는 데에 표를 던진다.

때때로 아시아나 제3 세계에서 잘 나가던 감독이 헐리웃에 가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지 못하고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헐리웃은 시스템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과연 그것뿐인가? 자신만의 스타일에 대한 자신감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 자본의 논리에 의해 실종되어버리는 자신만의 개성은 아닐까. 아쉽다. 감독의 명성은 바로 감독 스타일의 작품에서 나오기 때문이다.